(너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Where your eyes linger) ∥ 한국BL드라마, 로맨스, LGBTQ+ ∥ 8부작 ∥ 2020.05.22.~06.05. ∥ 13+등급 ∥ 각본 : 신지안, 이유영 ∥ 각본&감독 : 황다슬 ∥ 출연배우(등장인물) : 장의수(강국) / 한기찬(한태주) / 최규리(최혜미) / 전재영(김필현) / 천승호(양길호) 등) / 정서인(혜미 엄마) 등)
‘너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는 믿고 보는 황다슬 감독이 연출한 벨드이다. 황다슬 감독은 '나의 별에게 시즌1(2021), 시즌2(2022), 블루밍(2022), 태권도의 저주를 풀어줘(2024)' 등을 연출했다.
이 드라마는 강국과 한태주 간의 억눌린 감정과 오랜 관계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을 섬세하게 보여줘서 ‘퀴어 로맨스’처럼 느껴진다. 드라마의 제목이 ‘너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인 이유는 강국과 한태주가 말보단 눈빛으로, 행동보다는 침묵으로 사랑을 전하기 때문이다. 강국과 한태주의 사랑이 시선과 눈빛에서 드러난다.
● 재벌가 상속자와 보디가드의 경계
재벌가 상속자인 한태주는 잘생기고 자유분방한 성격이다. 한태주의 곁에는 15년째 함께한 보디가드 강국이 있다. ‘우리는 오랜 친구로 위장한 주종관계다.’ 겉으로는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관계지만 두 사람 사이엔 그 이상의 감정이 얽혀 있다.
한태주는 강국을 친구처럼 대하면서도 감정적으로 지배하려 든다. ‘태주에게는 안 좋은 버릇이 있다. 안 좋은 버릇은 고쳐야 한다.’ 한태주는 강국의 약점인 귀를 만지곤 한다. 강국은 자신이 보디가드이자 친구 이상을 바라선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한태주의 도발과 플러팅에 흔들린다. 한태주와 강국은 오랜 시간 서로의 그림자처럼 살아왔고, 그만큼 엉켜버린 감정이 극단적으로 교차한다.
‘너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는 이처럼 복잡한 감정선을 억지로 설명하려 하지 않는다. 오로지 강국와 한태주의 눈빛과 동작으로만 보여주려 한다. ‘나는 평생을 태주의 옆에 있었지만 태주는 평생을 나의 위에 있었다.’ 강국이 한태주를 바라볼 때의 눈빛엔 단순한 충성이 아니라 슬픔과 갈망이 섞여 있다. 한태주는 강국이 자신을 벗어나려 할 때마다 혼란과 분노로 반응한다. 이 미묘한 감정의 줄다리기가 ‘너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의 핵심이다.
● ‘시선’으로 표현하는 사랑
‘너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는 스킨십이나 자극적인 장면 없이도 강국과 한태주의 사랑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이 비결이 바로 ‘시선’이다. 강국과 한태주가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사랑, 아픔, 갈등이 그대로 드러난다. 특히 무술 연습을 할 때 느껴지는 긴장감은 단순한 훈련이 아닌 서로에 대한 갈망의 표현이다.
성적인 접촉보다는 감정의 긴장감으로 욕망을 표현해서인지 BL보다는 퀴어의 느낌이 강하다. 황다슬 감독은 단순히 남남 커플이라는 설정을 소비하지 않고, 강국와 한태주의 서사와 관계의 깊이를 존중하면서 진짜 사랑이 뭔지를 보여준다.
강국과 한태주는 서로를 사랑하지만 현실 속에서 그 사랑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모르는 채 상처만 주고받는다. 누군가는 고백을 던지고, 누군가는 그 고백을 상처로 되돌려준다. 그 과정이 아프고 현실적이어서 더 가슴에 와닿는다.
● 매력적인 조연 캐릭터
조연 캐릭터들도 꼭 필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BL팬인 떡볶이집 사장과 그녀의 딸 최혜미는 이 이야기의 감정선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중요한 키다. 사장은 강국과 한태주 사이의 감정을 눈치채고 강국에게 반한 혜미에게 둘의 감정을 존중하라고 조언한다.
강국에게 휴대폰 번호를 달라며 들이미는 혜미의 등장은 삼각관계를 위한 장치가 아니다. 오히려 혜미와 혜미 엄마를 통해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시선과 그들을 향한 따뜻한 수용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 짧은 분량 안에 담아낸 강렬한 이야기
8부작이라는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너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는 군더더기 없이 이야기의 흐름을 매끄럽게 이어간다. 1화부터 이미 캐릭터 간의 관계가 꽤 깊이 설정돼 있어 바로 그들의 감정선에 몰입하게 된다. 각화가 10분 내외지만 그 짧은 시간 안에 쓸모없는 장면 없이 핵심만 전달해서 몰입감을 높인다.
8화에서 갑작스럽게 시간 점프를 하고 다소 약한 갈등 해결로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지만 그래도 마지막까지 감정의 밀도는 흔들리지 않는다. 결국 강국과 한태주는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고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 신인이라기엔 믿기지 않는 장의수와 한기찬의 연기력
‘너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가 첫 작품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강국을 소화해 낸 장의수와 한태주를 소화해 낸 한기찬의 연기가 섬세하고 자연스럽다. 그만큼 장의수와 한기찬의 케미스트리도 좋다.
장의수와 한태주는 말보단 눈빛으로 진하게 감정을 전달하며 서로의 시선으로 사랑을 이야기한다. ‘나는 너에게서 시선을 떼선 안된다. 내가 눈을 감고 싶을 때도 그래선 안된다. 내가 널 좋아하니까.’ 특히 한태주를 바라볼 때마다 복잡해지는 강국의 눈빛을 장의수가 너무 잘 표현해 내서 가슴이 저릿저릿해진다.(5점 만점에 4.4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