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몽귀리(大梦归离 / Fangs of Fortune) ∥ 중국브로맨스, 로맨스, 판타지, 무협 ∥ 34부작+번외 1부작 ∥ 13+등급 ∥ 2024.10.26.~11.16. ∥ 원작 : 산해경(山海经)의 ‘요괴이수’를 바탕으로 한 창작 극본 ∥ 감독 : 곽경명, 궈징밍(郭敬明) / 조가용(赵佳蓉) / 위남(魏楠) ∥ 출연배우(등장인물) : 후명호, 侯明昊(대요괴 주염, 조원주, 응룡) / 전가서, 田嘉瑞(탁익신, 빙이) / 진도령, 陈都灵(백택신녀, 문소) / 성소, 程潇(배사정) / 린즈예, 임자엽, 林子烨(백구) / 서진헌, 徐振轩(영뢰) / 옌안, 염안, 闫桉(이륜) / 뢰위명, 赖伟明(배사항) / 구미덕, 欧米德(견매) / 유환, 劉歡(온종유) // 특별(우정)출연 : 구리나자(초대신녀) / 팽소염, 彭小苒(제낭자) / 승뢰, 丞磊(승황) / 왕탁(배역명) / 왕이륜, 王以綸(염유) / 장묘이, 张淼怡(와수) / 좌엽, 左葉(비) 등)
‘대몽귀리(Fangs of Fortune)’를 보며 문득 ‘중국이 동성애를 다룬 드라마를 검열하지 않는다면 아마도 벨드의 강국이 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본다. 검열을 피하기 위해 ‘진정령(2019)’ ‘성화 14년(2020)’ ‘빈변불시해당홍(2020)’ ‘산하령(2021)’ '치명유희(2024)' 등 동성애적 색채를 브로맨스화 시키며 아련하고 가슴 설레는 작품들을 만들어낸 감독들의 열의에 다시 한번 경의를 표한다.
궈징밍 감독의 작품도 동성애적 색채가 강하다. 그는 영화 ‘무량(無量 / Wuliang, 2020)’과 ‘음양사 : 청아집(晴雅集, 2020)’에 이어 ‘대몽귀리’까지 강한 동성애적 색채를 브로맨스화 시킴으로써 모두 검열을 통과시켰다. 게다가 벨드같은 뽀샵은 그렇지 않아도 잘생기고 예쁜 배우들의 미모를 한껏 더 끌어올린다. 사실 대몽귀리는 배우들의 얼굴만 뜯어먹어도 충분히 재밌는 드라마다. 심지어 특별(우정)출연한 배우들마저 눈을 호강시킨다.
대몽귀리는 가족의 개념을 재해석한다. 반드시 피로 연결돼야만 가족이 아니다. 주염, 탁익신, 문소, 배사정, 백구, 영뢰는 여정을 함께 하면서 서로에게 마음의 평화가 되고 위안이 된다. 함께 진화하고 성장하며 서로에게서 영감을 주고 용기를 얻는다. 사랑은 집착하고 가두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하는 것이다. 과거에 누군가를 미워했더라도 용서하고 사랑할 수 있다. 또한 우리가 우리 스스로 잘못됐다는 것을 받아들이면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는 기회도 얻게 된다.
● 탁익신 & 주염 & 문소
익신은 아버지와 형이 주염의 손에 죽은 후 복수를 하기 위해 집요사가 된다. 주염은 때가 됐을 때 익신이 자신을 죽여주는 대가로 운광검의 사용법을 익신에게 가르쳐준다. 주염과 익신의 거래가 성사되면서 둘은 여정을 함께 하게 된다. 주염을 증오했던 익신은 주염과 가까워지면서 주염의 외로움을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주염은 점차 익신의 안전지대가 된다.
후명호와 전가서의 케미스트리는 부인할 수 없을 정도로 매혹적이다. 겉으로는 익신이 문소를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익신이 주염을 바라볼 때의 눈빛은 익신이 문소를 바라볼 때와 다르게 애절하다. 익신과 주염은 생사를 넘나들면서 서로를 보호하고 심지어 서로를 보호하기 위해 목숨을 기꺼이 바치기도 한다.
주염은 양성애적 캐릭터이다. 주염이 죽을 때까지 문소와 영원히 함께 하겠다고 맹세한 것과 문소와 가정을 꾸리고 싶어했다는 것 등으로 알 수 있다. 그렇더라도 주염이 익신을 바라보는 눈빛 또한 너무나 애절해서 익신을 향한 주염의 마음 또한 유추하게 만든다.
27회에서 주염과 익신은 얼음 땡에서 풀리자 심상치 않은 눈빛을 주고받는다. 그런 후 나누는 대화가 은유적이어서 너무 재밌다. “(익신)나 생긴 것 같아.” “(주염과 문소의 눈빛이 말하는 소리)음? 뭐? 애기가?” “(익신)내단! 내단이 생긴 것 같다고!” "(주염)잘됐네. 이제 완벽한 동족이 됐어." "(익신)내가 물든 거겠지." "(문소)익신, 축하해. 드디어 대요괴가 됐네. 새로운 유형의 요괴로서 네 정체는 뭐야?" "(익신)빙이의 뼈와 응룡(주염)의 뼈니까..." "(사정)결론적으로 용이라고 봐야죠." 이때 마치 익신의 회임에 대해 나누는 대화처럼 들려서 웃음이 빵 터졌다. 번외에서 익신이 주염의 신식을 찾기 위해 찾아 헤맬 때 익신의 찐사랑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사실 주염과 문소보다 주염과 익신의 관계가 더욱 애틋함을 느끼게 한다. 더군다나 후반부에는 문소의 분량이 대폭 줄어서 더욱 그런 느낌이 든다.
● 주염을 향한 이륜의 집착
과거 둘이 함께 다닐 때 주염은 이륜에게 딸랑이를 선물하고, 이륜은 주염에게 우산을 선물한다. 둘은 함께 하지 못할 때에도 각자의 선물을 들고 다닌다. 주염에 대한 이륜의 집착은 스토커 수준을 넘어선다. 이륜은 주염과 가까운 사람이든 요괴든 모든 존재를 질투한다.
“주염, 숭무영이나 신력도 없는 신녀 따위는 너와 어울리지 않아. 이리와. 내가 잘해줄게.” 주염이 말을 듣지 않자 이륜은 주염과 주염의 벗들을 모두 죽이려 한다. 그러면서도 정작 다른 사람이 주염을 죽이려 하면 가만두지 않는다. 주염을 죽이는 것 또한 자기 자신이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륜은 누구든지 주염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걸 참을 수 없다. “네가 그들을 친구라 하는 만큼 그들도 널 친구라 생각할까?” “네가 다시 폭주하는 날, 너의 벗들이 널 죽일까? 아님 너와 함께 죽을까?” 이륜은 끊임없이 주염과 친구들 사이를 이간질하려고 하지만 주염에겐 전혀 먹히질 않는다.
이륜이 무슨 짓을 해도 주염은 이륜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주염을 향한 이륜의 질투와 증오는 결국 이륜의 몰락을 가져온다. 주염은 탁익신에게 이륜을 살려달라고 요청한다. 익신은 주염의 요청을 수락하고 회화나무 뿌리에 그의 신식을 남겨둔다. 덕분에 이륜은 열심히 백년 동안 수련하면 인간으로 환생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륜은 온종유와의 싸움에서 주염과 익신이 죽을 위기에 처하자 그들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희생한다. 이륜은 무력해진 주염을 차마 볼 수 없어 자신의 요력 반을 주염에게 주고, 나머지 반은 익신에게 준다. 이륜은 주염에게 받았던 파환진안도 익신에게 줘서 온종유와 싸울 수 있게 해준다. 이륜은 원신인 나무로 변해 불의 기운을 흡수하며 최후를 맞이한다.
이륜은 악당처럼 등장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존재다. 대요괴인 이륜의 취약성은 후반부로 갈수록 가슴을 울린다. 이륜을 보며 백구 엄마가 백구에게 해준 대사가 생각난다. “사랑이 순간 미움으로 변하는 건 집념 때문이지만 깊은 사랑이 있고서야 깊은 원망도 있단다.” 후명호와 옌안의 케미스트리도 참 좋다.
● 영뢰 & 백구
요리를 잘하는 산신 영뢰는 백구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영뢰는 본능적으로 백구를 과보호하며 소유욕을 드러낸다. 영뢰는 무서움도 많고 비위도 약한 백구를 토닥여주고 백구의 약상자도 도맡아 들어준다. 영뢰는 백구가 익신에게 들러붙을 때마다 질투한다.
영뢰는 함께 다니는 벗들을 사랑하지만 백구는 다른 방식으로 사랑한다. 심지어 백구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희생할 정도다. 백구는 영뢰가 자신을 위해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 상심한다. 영뢰와 백구의 케미스트리가 무척 사랑스러워서 영뢰가 죽었을 때 너무 슬펐다.
● 배사정 & 문소
숭무영 출신인 궁사 배사정은 내성적이며 말이 별로 없다. 사정은 동생인 사항이 요괴로 변하자 활을 쏴서 죽인 후 죄책감을 안고 산다. 사정은 활솜씨뿐만 아니라 무술 실력도 뛰어나서 그녀를 이길만한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다.
반면에 문소는 백택 신녀지만 너무나 연약해서 자신조차 보호하기 어렵다. 문소는 사정의 팔짱을 자주 끼며 사정에게 의지하곤 한다. 사정은 그런 문소의 확고한 지지자이자 보호자가 된다. 27화에서 문소가 주염과 포옹할 때 사정은 애절한 눈빛으로 문소를 바라보는데 그 눈빛에 ‘사랑’이라고 이름 붙이고 싶을 정도다. 성소와 진도령의 케미스트리도 부인할 수 없이 좋다.
‘대몽귀리(Fangs of Fortune)’는 벨드 안경을 장착하고 보면 벨드처럼 보인다. 그만큼 동성애적 색채를 가미한 감독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5점 만점에 4.4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