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프로포즈(Perfect Propose, パーフェクトプロポーズ)’는 갑질 상사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하며 내일이 오는 게 두려워 매일 밤 잠을 설치는 히로 앞에 어릴 적 결혼해주겠다고 약속했던 카이가 나타나 함께 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 줄거리
그때 누군가가 히로에게 말은 건다. 어릴 적 “히로와는 내가 결혼해줄 테니까.”라고 말했던 그 꼬마 카이다. 키가 훌쩍 커버려서 알아보지 못했다. 살 곳도, 갈 곳도 없어서 히로에게 찾아왔단다. 카이는 자신이 약혼자니까 당분간 히로네 집에서 살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엄마가 일찍 돌아가셔서 아빠와 살던 카이는 아빠가 전근 가면서 이사를 갔다. 카이가 중학교 때 회사에서 해고당한 아빠는 주정뱅이가 됐고 연락이 끊겼다. 그 후 켄지상의 식당에서 숙식을 했다. 그런데 켄지상이 갑자기 쓰러져서 입원하는 바람에 갈 곳이 없어졌다.
내일이 오는 게 두려운 히로는 매일 밤 심하게 잠을 설친다. 카이가 다녀오라는 인사를 하는데도 듣지 못하고 집을 나선다. 히로의 상사인 사토는 거의 매일 히로에게 과중한 업무를 맡기면서도 마치 히로가 업무 능력이 없는 것처럼 계속해서 가스라이팅을 해댄다.
잔뜩 지쳐서 집에 돌아온 히로는 카이가 해놓은 저녁을 보며 오랜만에 미소를 짓는다. 히로는 켄지상이 퇴원할 때까지 저녁밥을 해달라며 당분간의 동거를 허락한다.
카이의 친절한 욕구 불만 해소 서비스(?)로 히로는 오랜만에 깊은 잠을 잔다. 카이는 매일 집안을 청소하고 히로를 위해 맛있는 식사를 준비한다. 카이의 요리는 스트레스로 지친 히로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게 한다. 카이와 살면서 히로는 더 이상 잠을 설치지 않게 된다.
스트레스와 하루 한 끼만의 식사로 망가졌던 히로의 위는 카이의 맛있는 요리로 회복된다. 덕분에 아침밥도 먹을 수 있게 된다. 카이는 히로를 위해 도시락도 싸준다. 히로는 자신이 카이와 함께 살면서 불편함을 느낀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걸 깨닫는다. 아니, 오히려 카이와 함께 지내는 것이 좋아진다. 하지만 카이가 히로네 집에 머물 수 있는 기간은 한정돼 있다.
● 감상
◎ 히로와 카이의 미친 케미스트리
병원에 입원한 켄지상은 아들에게 카이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그 녀석은 기대를 하지 않으니까. 모든 걸 포기하고 있어. 그렇게 살아왔던 거겠지.” 그렇다. 카이는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기 때문에 화를 내지 않는다. 화뿐만이 아니라 감정적 반응이 거의 없다.
그런데도 카이에게서 느껴지는 외로움의 아우라는 가슴을 저릿하게 만든다. 중학교 때 아빠에게 버림받고 켄지상의 식당에서 숙식을 해결해야 했던 카이는 무언가 기대했다가 좌절하면 얼마나 큰 상처를 받는지 너무 일찍 알아버렸다. 그래서 카이는 감정 회로를 아예 차단한 채 건조한 표정으로 살아왔다.
카이는 어릴 적 했던 결혼 약속을 빌미로 히로와 동거를 시작한다. 히로는 카이에게 머물 곳을 제공하고 카이는 히로에게 집안일과 맛있는 식사를 제공하면서 둘은 공생 관계에 빠진다. 히로를 그리워했던 카이의 마음은 어느덧 사랑으로 바뀐다. 카이의 플러팅과 돌봄을 받으면서 히로 또한 카이를 사랑하게 된다.
그러면서 카이와 히로는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와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를 마주하게 된다. 카이는 어릴 적 트라우마로 인해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고 살아왔다. 히로는 끊임없는 상사의 가스라이팅으로 일에 대한 보람과 기대를 놓아버리고 의욕을 상실한 채 살아왔다.
카이와 히로는 사랑에 빠지면서 달라진다. 카이는 매일 밤 야근하는 히로에게 저녁 요리 사진과 밥 먹는 영상을 촬영해서 보낸다. 무언가를 한 번도 기대해본 적 없는 카이지만 히로에게만은 어리광을 부리며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보여주고 싶어한다. 음식 사진은 ‘얼른 퇴근해서 내 옆에 와줘.’라는 일종의 메시지인 것이다. 직장을 그만두면 큰일 나는 줄 알았던 히로는 카이로 인해 사직을 해도 괜찮다는 용기를 얻게 된다.
◎ 히로와 카이에게 ‘집’이란 공간이 주는 의미
히로와 함께 살게 되면서 카이의 미묘한 표정 변화와 섬세한 눈빛을 통해 카이에게도 영원히 머물 수 있는 ‘집’이 필요함을 절감하게 해준다. 그 집은 혼자만의 공간이 아닌 어릴 적부터 쭈욱 그리워해 온 히로와 함께 하는 공간이어야 한다.
지난 5년간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에 찌들어 살면서 내일이 오면 또 다시 일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짓눌려 매일 밤 거의 잠을 자지 못하고 설친 히로 또한 마찬가지다. 히로에게도 편안함과 아늑함을 줄 수 있는 ‘집’이 필요하다. 그런 히로의 공간에 카이가 들어와 집안일을 해주고, 따뜻한 식사를 만들어줌으로써 ‘집’은 히로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 휴식처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