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경찰관(마이 폴리스맨, My Policeman) ∥ 미국퀴어영화, 로맨스, 드라마, LGBTQ+ ∥ 개봉일 : 2022.10.21. ∥ 상영시간 : 113분 ∥ 18+등급 ∥ 원작 : 베선 로버츠의 소설 ‘나의 경찰관’ ∥ 각본 : 론 니스워너 ∥ 감독 : 마이클 그랜디지 ∥ 출연배우(등장인물) : 데이비드 도슨, David Dawson(청년 패트릭 헤이즐우드) / 해리 스타일스, Harry Styles(청년 톰 버제스) / 엠마 코린, Emma Corrin(청년 메리언 테일러) / 지나 맥키, Gina Mckee(Marion) / 라이너스 로셰, Linus Roache(Tom) / 루퍼트 에버렛, Rupert Everett(Patrick) / Kadiff Kirwan(Nigel) / Emily John(Pamela) / Dora davis(Sylvie) / Joseph Potter(Roy) 등)
‘나의 경찰관(My Policeman)’은 동성애가 불법이었던 1950년대를 배경으로 한다. 당시 동성애는 더럽고 역겹다며 체포되는 시대였다. ‘브로크백 마운틴(2005)’, ‘길 위의 연인들(2023)’처럼 동성을 사랑하기 때문에 겪는 시련과 고난을 보고 느끼고 경험할 때마다 성소수자의 인권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나의 경찰관(My Policeman)’은 아이돌 가수에서 배우로 전향한 잘생긴 해리 스타일스 때문에 화제가 됐지만 막상 영화의 뚜껑을 열어보면 영화의 분위기를 장악한 건 청년 패트릭을 연기한 데이비드 도슨과 노년의 메리언을 연기한 지나 맥키다.
영화는 나이 든 버전으로 시작한다. 은퇴한 교사인 메리언은 남편 톰이 화를 내며 반대하더라도 뇌졸중을 앓고 있는 패트릭을 집으로 데려와 돌보기 시작한다. 메리언은 “옳은 일을 하고 싶었어”라고 말하지만 톰은 메리언이 “벌을 주기 위해” 패트릭을 데려온 거라고 말한다. 둘의 대화에서 세 사람의 긴장된 역사가 느껴진다. 그리고 곧 메리언이 패트릭의 짐 속에서 일기장을 발견하고 읽기 시작하면서 패트릭 & 톰 & 메리언의 삼각관계가 드러난다.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진행된다. 톰과 패트릭은 1950년대에 만난다. 톰은 경찰관이고 패트릭은 박물관 큐레이터다. 톰은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패트릭에게 성적으로 끌린다. 태어날 때부터 이성애가 정상이라고 교육받았기에 톰에게 이성애는 일종의 신념과도 같다. 게다가 ‘중대한 외설 행위’를 하는 동성애자를 감옥에 가둬야 하는 경찰이다. 그럼에도 톰은 패트릭을 향한 성적 욕망에 굴복하고 결국 패트릭과 사랑에 빠진다.
독신남은 승진이 어렵다는 상사의 말에 톰은 자신을 좋아하는 메리언과 결혼하기로 결심한다. 메리언을 사랑하는 건 아니지만 톰은 메리언을 아껴주며 아이도 갖고 싶다. 톰이 메리언과 연애를 시작하면서 패트릭 & 톰 & 메리언의 이상한 우정이 시작된다. 메리언 앞에서 톰과 패트릭은 친한 친구인 척 연기한다. 패트릭은 톰이 메리언을 데려올 때마다 톰보다 메리언을 더 챙긴다.
톰과 메리언이 결혼식을 올린지 얼마 안 되어 메리언은 우연히 낡은 창고에서 톰과 패트릭이 포옹하고 있는 걸 발견한다. 메리언은 톰이 패트릭에게 물든 거라고 생각하곤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톰을 구하고 싶어한다. 불행히도 패트릭은 직장에서 동성애자로 폭로되어 2년 형을 선고받고 감옥에서 복역하게 된다. 그러면서 감옥 안에서 패트릭은 심한 폭행을 당하게 된다.
패트릭이 경찰에게 끌려가는 걸 본 톰은 두려움에 휩싸인다. 혹여 자신 또한 연루되지 않을까 염려하며 메리언 앞에서 벌벌 떤다. 톰은 경찰에서 해고되어 다른 직장을 구한다. 패트릭을 사랑하냐고 묻는 메리언에게 톰은 다시는 패트릭에 대한 이야길 하지 않겠다고 맹세한다. “난 당신을 사랑해. 당신을 잃을 순 없어.” 혼자 살 수 없는 나약한 존재인 톰은 메리언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곤 매달린다.
나이가 들 때까지 톰과 메리언은 건조한 결혼 생활을 유지한다. 톰은 메리언에게 성적인 흥분이 존재하지 않는 의무적인 성행위를 하지만 그건 오히려 메리언을 더욱 외롭게 만든다. 사랑하는 남편에게 단 한 번도 욕망의 대상이 되어보지 못한 채 남편을 돌보며 살고 있던 메리언은 패트릭의 소식을 듣자 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패트릭을 집으로 데려와 돌본다.
사실 영화의 스토리가 참신한 건 아니다. 하지만 해리 스타일스와 데이비드 도순의 케미스트리가 너무 좋아서 둘의 사랑이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둘의 러브신도 굉장히 리얼하다. 동성애가 범죄인 시절에 둘은 신중하고 비밀스럽게 사랑에 빠졌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지나 맥키는 패트릭이 톰에 대해 어떻게 느꼈는지에 대해 오래된 일기를 읽는 과정을 통해 보여주며 각각의 역할에 조용한 힘을 불어넣는다. 그러면서 패트릭과 톰의 혼란스러움, 열정, 사랑, 고통, 괴로움, 참혹함 등을 구현해 낸다.
데이비드 도슨의 연기는 감동적이다. ‘이것은 온 마음을 집어삼키는 사랑이다. 이렇게까지 깊이 사랑에 빠져 보지 못한 이들이 가엾다.’라고 일기장에 적은 패트릭은 당시의 동성애자가 최대한 보여줄 수 있는 충성스러운 사랑을 두려움 없이 그려낸다. 데이비드 도슨의 표정과 말투에서 톰을 향한 패트릭의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일기장을 다 읽은 메리언은 마침내 톰에게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느껴왔는지를 말한다. 톰이 원한 건 자신을 돌볼 수 있는 사람이었다. 돌보는 자로 존재했던 메리언은 이제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위해 떠나기로 결심한다. “패트릭 상태가 나빠지고 있어. 아마 나아질 수 있을 테지만 그건 내 손을 떠난 일이야. 패트릭을 시설에 보내도 돼. 하지만 안 그랬으면 좋겠어. 함께 살며 그를 사랑해줘. 그게 당신들 둘에게 필요한 일이야. 난 가야겠어.”
‘나의 경찰관(My Policeman)’ 마지막에 톰은 패트릭의 방에 들어가 처음 패트릭을 만졌던 방식으로 그의 목에 손가락을 대고 쓰다듬는다. 패트릭도 말없이 그의 손을 꽉 잡는다. 과연 이 마지막 순간을 해피 엔딩이라고 할 수 있을까?(5점 만점에 4.7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