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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퀴어영화] 브로크백 마운틴(Brokeback Mountain) : 짧은 만남과 긴 이별을 반복한 20여 년의 사랑


(브로크백 마운틴(Brokeback Mountain) 미국퀴어영화, 로맨스, 드라마, LGBTQ+ 미국 개봉 2005.12.09. / 한국개봉 2006.03.01. / 재개봉 2018.12.05. 13415+등급 원작 : E. 애니 프루(E. Annie Proulx)의 단편소설 Close Range: Wyoming Stories(Brokeback Mountain)’ 각본 : Larry McMurtry / Diana Ossana 감독 : 이안(李安, Ang Lee) 출연배우(등장인물) : 제이크 질렌할, Jake Gyllenhaal(잭 트위스트) / 히스 레저, Heath Ledger(에니스 델마) / 미셸 윌리엄스, Michelle Williams(알마 비어스) / 앤 해서웨이, Anne Hathaway(루린 뉴섬) / 랜디 퀘이드(조 아귀레) / 린다 카델리니(캐시) / 케이트 마라(알마 주니어) / 스콧 마이클 캠벨(먼로) / 데이빗 하버(랜들 말론)

들어가며 

브로크백 마운틴(Brokeback Mountain)’은 동성애가 결코 받아들여지지 않던 사회에서 이성애자인 척 하고 살아가면서 20여 년간 사랑을 이어간 두 남자의 이야기다. 동성애를 증오하는 사회에서 게이 남성이 자신의 성적 지향을 감추도록 강요받을 때 상처받는 건 이들뿐만이 아니다. 그들의 가족, 특히 남편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아내도 고통받는다


운명적 만남과 이별 

1963년 여름 잭과 에니스는 양치기로 고용된다. 잭과 에니스는 숙식 금지인 자연보호구역 와이오밍주 브로크백 마운틴에 방목한 양떼를 삼림 감독원 몰래 숙식하면서 야생동물에게 잡아먹히지 않도록 돌봐야 한다. 여름이지만 고도가 높은 탓에 차가운 비와 눈을 맞으며 잭과 에니스는 힘겹게 일한다. 외딴 산속에서 단둘이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갈수록 잭과 에니스의 내면에 깊숙이 숨어 있던 감정이 눈 뜨기 시작한다

어느 날 밤 잭과 에니스는 술을 잔뜩 마신다. 술에 취한 에니스는 모닥불 옆에서 잠이 들고 잭은 천막 안에 들어가 잠이 든다. 모닥불이 꺼져서 에니스가 추위에 떨자 잭이 에니스에게 천막 안으로 들어와서 자라고 권한다. 에니스가 옆에 들어와 눕자 잭은 에니스의 손을 자신의 성기로 가져간다. 에니스가 놀라 잠깐 반항하는 듯했지만 둘은 곧 열정적인 하룻밤을 보낸다. 서로가 나는 게이가 아니다.”라는 말을 하면서도 그들의 관계는 산에서 내려올 때까지 계속된다

둘의 관계가 깊어가는 사이 양떼는 코요테에게 습격을 당하고 태풍으로 다른 농장의 양떼와 섞이면서 숫자가 급격히 줄어든다. 조는 잭과 에니스에게 품삯을 줄 수 없다고 말한다. 살길이 막막한 에니스는 잭이 장난을 걸자 빈정이 상해서 주먹을 날린다. 잭도 에니스에게 주먹을 날린다. 에니스가 코피를 흘리자 놀란 잭이 에니스에게 다가와 소매로 피를 닦아준다. 이제 둘은 각자 사는 곳으로 떠나야 한다. 셔츠를 갈아입은 에니스는 코피가 묻는 셔츠를 잊어버린다

에니스는 한 달 뒤에 약혼녀와 결혼해야 한다. 잭과 에니스는 서로가 강하게 끌리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지만 서로 사랑에 빠졌다는 건 분명하다. 잭은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트럭을 몰고 먼저 떠나버린다. 에니스는 잭과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지 않는다. 감정적으로 지친 에니스는 벽에 기대어 토하다 울음소리를 억누른 채 서럽게 운다


에니스의 트라우마에 가로막힌 잭의 소망 

에니스는 알마와 결혼해 두 딸을 낳고 가난한 삶을 이어간다. 잭은 부유한 농기계 사업가의 딸 루린과 결혼하여 아들을 낳는다. 잭은 권위적인 장인의 사업장에서 일하면서 늘 에니스를 그리워한다. 잭은 결국 에니스를 수소문해 만나러 가겠다는 엽서를 보낸다. 그리고 둘은 1967년에 다시 만난다

잭과 에니스의 다정한 포옹은 열정적인 키스로 바뀐다. 알마는 이 장면을 목격하곤 심한 충격을 받지만 자신이 무엇을 봤는지 에니스에게 말하지 않는다. 에니스는 알마에게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해후를 풀겠다고 말하곤 모텔에서 잭과 사랑을 나눈다. 이후에도 둘은 낚시 여행을 핑계 삼아 야영을 하면서 은밀한 관계를 계속한다. 알마는 남편이 항상 낚시 여행을 가면서도 물고기를 잡은 흔적이 전혀 없음을 알고는 두 사람의 관계를 확신하며 이혼을 요구한다. 두 딸에 대한 양육권은 알마가 가져간다.

잭은 에니스가 자신을 위해 이혼한 줄 알고 들떠서 한걸음에 달려온다. 하지만 에니스는 한달에 한번만 아이들을 만날 수 있다며 오늘은 딸들과 함께 있어야 하니 돌아가 달라고 부탁한다. 상심한 잭은 눈물을 흘리며 트럭을 몰고 돌아가다가 절망감을 달래기 위해 멕시코에 들러 남창을 만나 하룻밤을 보내고 만다.  

에니스는 딸들의 양육비까지 벌어야 하는 처지가 되어 쉴 틈 없이 일한다. 잭은 에니스에게 장인이 자신을 싫어하기 때문에 이혼만 하면 위자료를 많이 준다고 했으니 그 돈을 받아서 농장을 차려 함께 살자고 한다

하지만 에니스는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게 밝혀질까 봐 두렵다. 에니스를 압도하는 공포는 그의 아버지가 동성애자로 추정되는 남자의 시신을 그에게 보여준 참혹한 어린 시절의 사건에서 비롯된다. 그의 아버진 이웃에 사는 농장주가 처참히 살해당한 채 버려져 있는 장면을 그에게 보여주며 게이에게 일어날 일을 경고한다. 에니스는 잭에게 그 사람을 죽인 건 아버지일 거라고 말한다

눈알이 뽑히고 거세당한 채 죽어 있는 남자의 시신을 본 어린 시절의 사건은 에니스에게 트라우마로 남는다. 에니스는 그날 이후로 자신의 감정과 그 감정이 끼칠 영향을 두려워하도록 배운다. 그래서인지 그는 말수도 적다. 자신의 감정이 얼마나 억압당하고 있는지를 암시하듯 성대를 꾹꾹 누르며 어색하게 말한다. 마치 엉뚱한 말이 새어 나올까 봐 두려워하는 것처럼 보인다. 항상 무표정을 유지하고 소심하게 행동한다

하지만 에니스를 너무나 사랑하는 잭은 순진하게도 동성애자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회에서 함께 농장을 경영하며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잭은 자신이 게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에니스와 행복하게 살고 싶어한다. 그 감정이 커질수록 잭은 에니스가 너무 야속하고 서럽다. 20여 년간 브로크백 마운틴으로 에니스를 만나러 온 것도 잭이다. 마지막 야영을 하는 날 잭은 보고 있어도 그리운 에니스에게 폭발할 것 같은 감정을 애써 눌러가며 말한다. “어느 날은, 정말이지, 네가, 보고 싶어.” 


폭발하는 잭과 에니스의 감정 

야영을 마치고 헤어질 무렵 에니스는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8월엔 못 만나고 11월에나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상심한 잭은 결국 폭발하고 만다. 잭이 멕시코라는 말을 꺼내자 질투에 사로잡힌 에니스가 잭에게 경고한다

에니스 : 멕시코에 갔었지? 거기 소문은 나도 들었어. 난 바보가 아니야. 나 몰래 허튼 짓 하기만 해봐! 죽여버릴 테니깐. 농담 아니야
: 나도 할 말 있어. 우리도 목장을 갖고 행복하게 살 수 있었어. 싫다고 한 건 너야. 결국 우리에게 남은 거라곤 이 브로크백 뿐이잖아! 너 때문에 모든 게 꼬이게 된 거라고. 넌 따질 자격도 없어! 네게 난 가끔 만나는 친구일 뿐이지만 난, 너를 20년이나 그리워했어! 근데 멕시코에 갔다고 날 죽이겠다고? 내가 널 얼마나 간절히 원했는데... 넌 내가 원하는 걸 주지도 않았잖아! 일 년에 한두 번 너만 바라보는 건 너무 힘들다고! 나쁜 자식! 차라리 끝내고 싶어
에니스 : (울면서) 그럼 끝내. 나도 힘드니까. 날 이렇게 만든 건 너야. 모든 게 엉망이 됐어
잭 괜찮아울지 마에니스. 

에니스도 잭이 무엇을 원하는지 안다. 사실 에니스도 잭과 함께 살고 싶다. 하지만 에니스의 내면을 잠식해 버린 공포는 잭과 함께 살고 싶다는 열망을 잠재워버릴 정도로 강하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저지른 끔찍한 아동 학대로 인해 에니스는 평생동안 자신을 억압하며 살아간다


에니스의 후회와 슬픔 

에니스는 , 11월 어때?’라는 엽서를 보내지만 [수취인 사망]이라는 빨간색 스탬프가 찍혀서 돌아온다. 에니스는 루린에게 전화를 걸어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루린은 침착하게 잭이 어떻게 죽었는지 설명하지만 에니스는 루린의 말을 믿지 않은 것 같다. 통화 중에 에니스가 상상한 장면은 잭에게 실제로 일어난 일인지, 아니면 에니스가 평생의 두려움을 바탕으로 상상한 것인지 확실하지 않다. 아니, 오히려 당시 동성애자 증오 범죄가 만연한 사회임을 감안하면 오히려 루린의 말보다 에니스의 상상을 더 믿는 쪽으로 기울게 된다

에니스는 잭의 집을 찾아간다. 잭의 아버진 잭이 에니스 델마라는 이름을 입에 달고 살았다는 말을 한다. 루린과 이혼하고 에니스와 이곳에서 농장을 차릴 거라는 말도 했단다. 아버지의 표정을 보면 잭의 부모는 이미 잭이 게이임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에니스는 잭의 유골을 생전에 묻히고 싶다고 말했던 브로크백 마운틴에 묻었으면 좋겠다고 말하지만 아버지는 가족 묘지에 묻을 거라며 거절한다

잭의 어머니가 잭의 방을 둘러봐도 좋다고 하여 에니스는 잭의 방을 천천히 둘러본다. 그러다가 옷장 깊숙한 곳에 에니스가 잃어버렸던 코피 묻은 셔츠가 있는 걸 발견한다. 잭은 자신의 소매로 코피를 닦아주었던 그 셔츠 안쪽에 에니스의 셔츠를 포개어 소중히 간직하고 있었던 것이다. 에니스는 어머니의 배려로 그 셔츠를 가지고 돌아온다

브로크백 마운틴의 가장 슬픈 측면은 잭과 에니스가 서로를 미치도록 사랑하면서도 그것을 표현하면 매장당하는 사회에서 살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잭은 에니스와 살고 싶어했고 에니스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다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끝내 에니스는 자신의 트라우마에 가로 막혀 잭의 소망을 이뤄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 후 에니스는 혼자서 외딴 곳에 산다. 에니스의 딸 알마 주니어가 에니스가 살고 있는 트레일러로 찾아와 6월에 결혼한다고 알려준다. 에니스는 그때 다른 지역으로 일하러 갈 예정이었지만 딸의 결혼이 더 중요하다며 참석하겠다고 약속한다. 딸이 돌아간 후 에니스는 옷장 문을 연다. 에니스는 자신의 셔츠 안쪽에 잭의 셔츠를 포개어 소중히 걸어두었다. 셔츠 위엔 브로크백 마운틴 엽서를 압정으로 꽂아 놓았다. 에니스는 잭의 셔츠 단추를 잠그곤 “Jack, I swear.”라고 말한다


마치며 

“Jack, I swear.”엔 다양한 감정이 담겨 있다. 아마도 생전에 잭이 에니스와 농장을 차려 함께 살고 싶어했던 소망을 지금이라도 이뤄준다는 뜻이 아니었을까? 에니스는 잭이 죽은 후 자신이 용기를 내지 못하여 잭의 소망을 이뤄주지 못한 걸 자책하고 후회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딸의 결혼식도 참석하겠다고 한 것일게다. “Jack, I swear.”는 비록 잭의 몸은 이 땅에 없지만 농장을 차려 잭의 셔츠를 간직하고 잭을 기리며 잭과 함께 살겠다는 맹세가 아니었을까? 눈가가 촉촉이 젖으면서도 끝내 안으로 울음을 삼키며 속으로 우는 에니스의 모습이 너무 가슴 아프다

브로크백 마운틴은 잭과 에니스에 관한 영화다. 자신의 성 정체성을 숨기기 위해 여성과 결혼하도록 강요받은 사회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다. 이러한 고뇌는 여성들도 마찬가지다. 1963년 와이오밍주에서 커밍아웃을 한다는 건 거의 사형 선고와도 같았다. 그렇기에 커밍아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사회였다. 두려움과 공포로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숨기고 살아야 했던 두 남자의 비극이 너무 가슴을 아프게 한다. 하지만 한국을 비롯해 여전히 동성애자에게 평등한 권리를 완전히 허용하지 않는 사회가 많다

브로크백 마운틴(Brokeback Mountain)은 웅장하고 아름답다. 그 안에 잭과 에니스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 잭과 에니스의 사랑은 그 자체가 슬픈 게 아니라 그 사랑이 불가능해 보여서 슬프다. 영화 최고의 순간에 지닌 엄청난 힘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절망감을 느끼게 만든다. 비극적이면서도 낭만적인 사랑은 창자가 뒤틀리는 것 같은 비참함, 고통, 외로움, 슬픔 등 많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꼭 봐야 할 명작이며 걸작이다.(5점 만점에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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