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 보이(Doi Boy, ดอยบอย) ∥ 태국․캄보디아 영화, 스릴러, 드라마, 인권, LGBTQ+ ∥ 2023.11.24. ∥ 99분 ∥ 18+등급 ∥ 감독 : 논타왓 눔벤차폴(Nontawat Numbenchapol) ∥ 출연배우(등장인물) : 우드 아왓 라타나핀타, Ud Awat Ratanapintha(Wan, 완 / Sorn, 손) / 패 아라크 아몬수파시리, Pae Arak Amornsupasiri(Ji, 지) / 앨름 부미바트 타본시리, Aelm Bhumibhat Thavornsiri(Wuth, 우쓰) / Care Panisara Rikulsurakan(Bee) / Pang Ornjira Larmwilai(Som) / Mooring Nattapong Phamon(Yoon) / Warm Atthanee Tokeree(Bhum) / Great Bundit Thianrat(Meng) 등)
‘도이 보이(Doi Boy)’는 불법이민, 매춘, 인권이라는 주제를 탐구한다. 치앙마이에 거주하는 성노동자 완(Wan, Sorn), 경찰관 지(Ji), 인권운동가 우쓰(Wuth)가 드라마의 주인공이다.
미얀마는 수십 년에 걸쳐 내전을 벌이고 있다. 샨족(Shan State)은 미얀마에서 가장 큰 소수민족으로 모든 전쟁이 그렇듯 샨족 역시 고통을 겪으며 분투하고 있다. 승려로서 금욕적인 삶을 살던 완(Wan)은 강제로 전쟁터로 끌려가 군인이 된다. 승려도 군인도 자신이 선택해서 결정한 게 아니었다. 완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또 다른 삶을 선택하지만 그건 안타깝게도 완이 꿈꾸던 삶이 아니었다.
샨족인 완은 태국에서 살고 싶었다. 완은 미얀마에서 탈출하여 태국 북부에서 가장 인기 있는 도시인 치앙마이에 정착한다. 불법 이민자인 완은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어려워 결국 성노동자인 도이 보이(Doi Boy)를 하게 된다. 도이 보이에서 일하는 것이 여권을 얻을 만큼 돈을 저축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클럽의 주인은 완의 이름을 손(Sorn)으로 바꾼다. 완은 비(Bee)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비 또한 성노동자여서 같은 일을 하는 둘 사이엔 숨길 것이 없다. 완은 퇴근 후 오토바이에서 비를 기다리다가 함께 집으로 돌아간다. 그들의 아파트는 작고 낡지만 사랑과 위안의 장소가 된다.
완은 여권을 발급받기 위해 자신이 모아두었던 돈과 비가 준 임대료까지 모두 낸(Nan)에게 넘겨준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여권 발급은 점점 늦춰진다. 완은 여권도 없고 집세를 낼 돈도 없는 상태가 된다. 완은 단골 고객인 지(ji)가 경찰인 걸 모르고 자신의 상황을 의논한다.
경찰인 지는 상부의 지시로 인권운동가인 범(Bhum)을 살해한 일이 있다. 실종자 수가 증가하자 활동가들은 정부에 의문을 제기하고 강제 실종에 대한 즉각적인 조치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인다. 시위가 점점 커지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당국은 경찰들에게 활동가들을 진압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지는 계속 범을 죽인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지는 이제 더 이상 살인을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상부에선 또다시 우쓰(Wuth)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린다. 상부의 눈을 속이고 우쓰를 살려내기 위해선 완의 도움이 필요하다. 지는 완이 미얀마에서 몰래 넘어온 사실을 알고 있어서 완이 넘어온 방식으로 미얀마로 가는 길을 안내해달라고 제안한다. 하지만 완은 다시 태국으로 돌아올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싸여 제안을 거절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모든 유흥업소에 14일 폐쇄를 통보한다. 완은 돈을 벌기 위해 친구 콘(Korn)과 함께 일용직에 뛰어든다. 하지만 서류가 없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된다. 완의 심문을 하게 된 지는 또다시 미얀마로 가는 길을 안내해달라고 완에게 제안한다. 그러면서 완의 여권을 보여준다. 낸에게 신청했던 완의 여권이 지의 손안에 있는 것이다. 지는 완이 제안을 받아들이면 여권과 돈을 주겠다고 한다. 완은 어쩔 수없이 지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범의 애인이었던 우쓰는 범이 실종된 후 강제 실종에 대해 더욱더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우쓰는 결코 이 싸움을 멈출 수 없다. 혹여 자신이 죽는다고 해도 정의를 위해 싸우는 사람은 계속해서 나올 것이라 믿고 있다. 지는 반항하는 우쓰를 강제로 차에 태운다.
완, 지, 우쓰는 가까스로 미얀마의 정글에 들어서지만 곧 미얀마군에게 발각되고 만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완은 군대 내에서 유일한 친구인 윤(Yoon)을 만난다. 윤은 비밀리에 완, 지, 우쓰가 탈출하도록 도와준다.
지는 완에게 우쓰를 수도원에 데려다주라고 부탁한다. 지는 완과 우쓰를 보내고 아내가 있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국경에 놓고 온 차로 돌아간다. 우쓰는 죽음 대신 승려로서 새로운 삶을 얻었지만 고국인 태국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어 슬퍼한다. 우쓰는 지가 자신에게 맡긴 완의 여권을 완에게 건네준다. 완은 여권을 보며 깊이 안도한다.
하지만 결말은 지가 아내에게 돌아가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지는 당국의 지시를 어긴 이유로 납치되어 살해된다. 지는 부정부패로 찌든 경찰직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지는 우쓰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목숨도 위험해질 수 있다는 걸 알았지만 범을 죽였던 트라우마로 인해 또 다시 살인을 저지르고는 살아갈 자신이 없었다. 지는 우쓰를 미얀마로 보낸 후 실종되었다고 둘러대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의 생각은 틀렸다. 결말은 지가 온몸에 철조망이 묶인 채 익사한 것을 암시한다. 지의 이름은 실종자 명단에 올랐지만 지의 아내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지의 아이는 결코 진실을 알지 못할 것이다.
완의 여자친구인 비는 ‘당신도 당할 수 있다.’ ‘강제 실종을 당장 멈춰라.’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본다. 어쩌면 비는 완도 강제 실종을 당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완이 여권을 구하는데 월세까지 다 써버려서 비는 더이상 머물 곳이 없다. 비는 자신의 필요를 충족시켜 줄 고객을 찾아간다.
도이 보이는 완이 태국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끝난다. 비록 완에게 여권이 생기긴 했지만 완의 미래가 얼마나 안전할지는 알 수 없다. 어쩌면 여전히 인생은 완이 꿈꾸던 것과는 거리가 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완은 그 불확실함 속에서도 행복을 찾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이 영화를 퀴어 영화 카테고리에 넣은 이유는 완과 지의 케미스트리 때문이다. 물론 완에겐 여자친구가 있고, 지에겐 아내가 있다. 하지만 완과 지 사이엔 감출 수 없는 로맨틱함이 존재한다. 지가 완의 고객으로 찾아올 때마다 지와 완에게서 느껴지는 성적 긴장감과 케미스트리는 이 영화를 ‘퀴어’ 카테고리에 넣을 수밖에 없게 만든다. 우쓰&범도 동성커플이다.
‘도이 보이(Doi Boy)’는 남성의 동지애를 잘 담아냈으며, 다양한 신념을 지닌 세 인물의 조합으로 흥미를 이끌어낸다. BL드라마로만 태국을 만났다면 ‘도이 보이(Doi Boy)’를 통해 현실적인 태국을 만나보는 것도 추천한다.(5점 만점에 4.5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