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The New Employee) ∥ 한국BL드라마, 오피스, 로맨스, LGBTQ+ ∥ 7부작 ∥ 2022.12.21.~2023.02.01. ∥ 15+등급 ∥ 원작 : Moscareto(모스카레토)의 웹소설 '신입사원' ∥ 극본 : 윤미희 ∥ 감독 : 김조광수 ∥ 출연배우(등장인물) : 권혁(김종찬) / 문지용(우승현) / 최시훈(나유성) / 백지혜(서지연) / 남규희(이강해) / 예지원(대표이사) / 김태영(이범) 등)
● 줄거리
모태솔로인 승현은 S대 석사 출신으로 광고기획사 AR기획 늦깎이 인턴이다. 출근 첫날 승현은 9시 정각에 출근했다는 이유로 파트장 종찬에게 꾸중을 듣는다. “9시 출근이라는 건 9시부터 일을 시작하라는 거지 9시에 PC를 켜라는 소리가 아닙니다!”
파트장 종찬은 회사 수익 중 절반 이상을 책임지는 능력자다. 승현은 까칠하고 냉정하지만 피지컬이 완벽한 종찬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잘생겼다.”라며 감탄한다. 종찬에게 첫눈에 반한 승현은 그날부터 종찬을 짝사랑하기 시작한다.
종찬은 자신의 스타일인 승현을 보자마자 호감이 생긴다. 종찬은 기회를 엿보던 중 승현의 수첩에 자신의 모습이 그려진 걸 발견하곤 그림을 핑계로 승현에게 말을 건다. 종찬이 카드 광고에 대한 의견을 묻자 승현은 그동안 자신이 생각해왔던 것을 토대로 답변한다.
승현의 참신한 대답이 마음에 든 종찬은 승현을 회의에 참석시킨다. 종찬은 자신이 기획하고 있는 큰 프로젝트에 인턴이지만 아이디어가 좋은 승현을 참여시켜 함께 진행한다.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종찬과 승현은 서로에 대한 마음이 더욱 커진다. 과연 종찬과 승현은 어떻게 될까?
● 감상
캐스팅을 그 나이에 맞는 배우로 해서인지 현실적인 느낌이다. 그동안 본격 퀴어물을 연출해 온 김조광수 감독의 작품이어서 그런지 BL드라마지만 퀴어적인 느낌도 난다.
퀴어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2024)’에서 ‘김남규’로 출연해 조연이지만 가슴 아플 정도로 깊은 인상을 남긴 권혁은 ‘신입사원’에서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친다. 권혁의 연기가 종찬과 승현의 케미스트리를 살린 느낌이다.
권혁은 승현에게 이끌리고 자신도 모르게 표현하고 그런 자신에게 놀라 주춤하지만 결국 승현을 향한 사랑을 멈출 수 없어 고백하고 승현을 얻기 위해 용기를 내는 종찬의 성장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첫 등장에서 종찬은 매우 차갑고 감정 없는 상사처럼 그려진다. 전문적이고 재능 있는 일중독자 종찬은 일할 때는 엄격하지만 퇴근 후에는 따뜻하고 순수한 사람이 된다. 자신이 하는 일에는 뛰어난 능력자지만 내성적인 성격이어서 대인관계엔 서투르다는 설정이 좋다. 특히 승현 앞에서 더욱 긴장하고 한없이 작아지는 모습이 좋다.
승현은 종찬과 행복한 첫날밤을 보낸 후 침대 옆에 놓인 만년필을 발견하곤 자리를 박차고 나와 버린다. 대학교를 다니는 동안 승현은 친구인 유성을 짝사랑했다. 어느 날 유성은 남자친구에게 선물할 거라면서 승현에게 만년필을 같이 골라달라고 부탁한다. 그 만년필이 지금 종찬에게 있다. 유성의 애인이 종찬이었던 것이다.
종찬은 토라진 승현에게 팩트를 날리며 종찬의 방식으로 승현을 달랜다. “잠깐 만났던 사이입니다. 당연히 지금은 아무 감정 없고. 승현씨도 알잖아요. 이 바닥 좁은 거. 파트너였던 사람하고도 친구로도 잘 지내는 거. 뭐 때문에 기분 상한지 알겠는데 그렇다고 과거를 무를 수는 없잖습니까.” ‘알잖아요. 이 바닥 좁은 거, 파트너였던 사람하고도 친구로도 잘 지내는 거’와 같은 대사가 우리나라 성소수자의 현실을 반영한다. 덕분에 이 드라마가 더욱 퀴어드라마처럼 느껴진다. 김조광수 감독의 향기다.
직장에서 직면할 수 있는 현실적인 문제들, 호감 가는 여성 캐릭들의 등장이 좋다. 특히 무지개떡 동아리 출신 지연과 인턴 동기 강해가 나올 때마다 진심으로 기분이 좋아진다. 지연과 강해가 승현을 지지하고 조언해 주는 방식이 참 마음에 든다.
승현의 고민이 20대가 흔히 하는 고민이어서 더욱 공감된다. 많은 청년들이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의 목표는 무엇인지,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 자신에게 어떤 직업이 잘 맞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물론 승현이 이 모든 것들에 혼란스러워하는 건 아니지만 승현이란 캐릭터는 20대가 공감할 부분이 많다.
그런 면에서 승현과 강해의 인턴 서사는 직장 상사와 인턴 간의 사내 연애로 인해 약간은 올드해질 수 있는 신입사원을 청춘물로 만들어준다. S대 대학원 출신 승현과 고졸 출신 강해는 결국 둘 다 AR기획 정직원 채용에서 탈락하고 만다. 하지만 둘은 의기투합해서 ‘인턴해방일지’를 동영상으로 만들어 유튜브에 올린다. 이들의 재능과 실력은 치솟는 조회수로 드러나고 증명된다. AR기획 대표가 유튜브를 보며 이런 능력자들을 놓친 걸 알고 안타까워하는 장면은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종찬과 승현은 일과 연인 사이의 균형을 잘 유지한다. 둘 다 자신의 일을 더 잘하고 싶어하고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일중독자여서 천생연분이다. 엉뚱한 오해나 진부한 표현 없이 전개돼서 좋다. 특히 빠른 속도로 진행되어 지루하지 않다. 파트장과 인턴으로 만나 서로를 짝사랑하다가 사랑에 빠지고 싸우고 오해하고 화해하고 연애를 시작하는 오피스 BL이라 재밌다.(5점 만점에 4.2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