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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BL] 대도시의 사랑법(Love in the Big City) : 남윤수를 통해 본 게이의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


(대도시의 사랑법(Love in the Big City) 한국퀴어드라마, BL, 로맨스, LGBTQ+ 8부작 2024.10.21. 18+등급 원작&각본 : ‘박상영의 소설 대도시의 사랑법감독 : 손태겸, 허진호, 홍지영, 김세인 출연배우(등장인물) : 남윤수(고영) / 진호은(심규호) / 이수경(최미애) / 권혁(김남규) / 나현우(노영수) / 하비비(김원중) / 오현경(고영의 엄마 은숙) / 도유(박지태) / 정찬영(전은수) / 이현소(한호민) / 김태정(이준호) / 황규찬(박철우) / 이승민(성민우) / 김우진(김오성) / 김원중 등

대도시의 사랑법2022년 국제 부커상 후보에 오른 박상영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로맨스지만 고영을 따라가는 스토리는 자신과 자신이 겪는 상황을 수용해 가는 여정에 가깝다. 고영은 어머니 은숙부터 절친인 최미애, 연인인 김남규, 노영수, 심규호까지의 관계에서 실패와 성공을 겪으면서 자기 자신을 마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그가 카일리라고 부르는 HIV 진단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도 보여준다


남윤수는 실제 게이가 아닐까 착각할 정도로 고영이란 캐릭터를 완벽하게 연기한다. 고영이란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모든 감정을 완벽하게 연기한 남윤수에게 경외감이 느껴질 정도다. 고영이 사랑했던 사람들과의 케미스트리도 놀랍다. 단연코 최고의 캐스팅이다

진호은에게도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규호라는 캐릭터를 너무 사랑스럽게 연기해서 규호가 영을 혼자 두고 떠나야만 했을 때 진심으로 가슴이 아팠다. 지금도 영에게 눈웃음치며 영을 바라보는 규호의 얼굴을 떠올리면 가슴이 시린다

고영에겐 트라우마가 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엄마는 영이 동성애자인 걸 알자 강제로 전환 치료를 시도한다. 엄마는 영을 사랑하지만 그녀의 종교는 영의 성적 지향을 부인하게 만든다. 사회와 엄마가 원하는 틀에 맞춰야 한다는 압박감은 그냥 사라지지 않고 영에게 내면화된 동성애 혐오증을 만든다

“() 있잖아. 난 이 바닥에 영원한 사랑을 믿는 게 바보같은 건 줄 알았어. 유니콘을 보고 싶은 마음이랑 비슷한 건 줄 알았거든. 환상 속에 살고 있는 말이지만 한 번쯤 현실에도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되는 그런 마음. 근데 지금은 그게 바보같은 건지 정말 모르겠어. 미애야, 너는 이쪽에 영원한 사랑이 있다고 생각해?” 


대도시의 사랑법은 고영을 통해 사랑 그 자체를 강조한다. 남자와 여자가 사랑하든, 남자와 남자가 사랑하든, 여자와 여자가 사랑하든 사랑은 사랑이다. 사랑을 한다는 건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아내며 그 혼란을 헤쳐 나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고영의 이야기는 고통스러우면서도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 대도시는 잔인한 곳이다. 주말에 클럽에 수많은 남자들이 모이지만 이 중에 괜찮은 사람을 만나 아름다운 사랑을 할 확률은? 글쎄? 그런 건 드라마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성인이 돼도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무자비한 세상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잔뜩 취하고 남자를 품평하고 젊음을 낭비하는 것뿐이었다. 술과 남자, 걸그룹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으로 친해진 친구들과 함께.’ 

이것은 영의 이야기지만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있는 걸 말해준다. 끊임없이 변하는 세상 속에서 사람들이 나에게 무엇을 기대하는지, 내가 누구인지, 내가 어디에 속하는지 알아내려는 투쟁을 보여준다. 그래서인지 영의 모든 대사가 가슴을 울린다. 영은 비틀거리고 실수를 저지르며 상처받고 망가지지만 그러면서도 일어나서 꾸준히 전진한다

고영의 절친 최미애 



미애는 영이 인생 퍼즐을 맞춰 나가는데 있어 핵심적인 조각이다. 영과 미애의 관계는 혼란 속에서 서로를 지지하고 함께 걸으며 진정한 우정을 보여준다. ‘() 살다 보면 천부적으로 잘 맞는 친구를 만날 때가 있다. 미애가 나에게 그런 사람이었다. 우리는 얼마 후 아예 동거를 하기로 결정했다. 그 무렵 나는 심해진 엄마의 히스테리 때문에 집을 탈출할 계획을 갖고 있었고, 미애는 학교 근처에서 여자 혼자 사는 집을 노린다는 강도 소식에 걱정이 많았기 때문이다.’ 

‘() 그 시절 우리는 서로를 통해 삶의 여러 이면을 배웠다. 이를테면 미애는 나를 통해 게이로 사는 건 좇같다는 걸 배웠고 나는 미애를 통해 여자로 사는 것도 만만치 않게 거지같다는 걸 알게 됐다.’ 미애는 중절수술을 받은 후 보통의 대학생처럼 취업 준비를 하고 대기업에 합격한다. 신입사원 연수에서 만난 남자와 결혼하게 된 미애는 영에게 축가를 부탁하고 영은 남규가 좋아했던 노래 만남을 불러준다. 영은 미애와 함께 동거했던 원룸에서 혼자 살게 된다

준비되지 않은 채 만난 김남규 



김남규는 아직 고영이 사랑에 마주할 준비가 되지 않은 채 시작한 사랑을 대표한다. 남규는 진실하고 강렬하고 진지하고 정직하게 영에게 다가온다. 어쩌면 남규와의 관계는 영의 삶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어쩌면 남규같은 사랑이 영에게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타이밍이 맞지 않았고, 무엇보다 안타깝게도 영에겐 남규의 사랑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영은 나중에야 남규가 그와 긴 미래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사람이었다는 걸 깨닫는다

고영을 비참하게 만든 남자 노영수 



철학 강좌에서 인권운동가 노영수를 만났을 때 고영은 사랑과 마주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영은 영수와 금세 격동적인 사랑에 빠진다. 이제까지의 만남과 달리 영은 영수에게 마음을 열고 완전히 헌신할 감정적 준비를 한다. 영은 영수와의 관계에서 지속 가능한 잠재력을 발견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영수는 사랑과 마주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영수는 종종 옷장 속으로 숨어 영을 비참하게 만든다. 사회적 체면이 무엇보다 중요한 영수는 동성애를 비난하는 논문까지 쓴다. 영은 논문을 보며 충격받는다. 결국 영수는 자신이 게이임을 부정하며 영의 곁을 떠난다. “(영수) 우리가 무슨 관계라고 생각해요? 설마 사랑이라고 생각한 건 아니죠? 그렇게 생각했구나. 제 취향은 아니네요.” 

고영의 진정한 첫사랑 심규호 



친구들과 게이 클럽에 간 영은 투잡으로 파트 타임 바텐더와 간호 조무사를 하고 있는 심규호를 보자마자 키스한다. 영과 규호는 서로에게 반하고 사랑에 빠진다. 영은 다른 사람에게는 한 번도 말한 적 없는 사실을 규호에게만 말한다. 자신이 HIV 양성이라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그런데도 규호는 개의치 않고 영을 더욱더 사랑한다. “() 진짜 아무렇지도 않았어?” “(규호) 그러거나 말거나 너였으니까.” 

같이 동거하며 규호는 영에게 헌신하지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안정적이고 단조로운 관계는 안타깝게도 영의 냉소주의를 불러일으킨다. 영은 사랑의 불꽃을 되살리기 위해 규호를 데리고 방콕으로 로맨틱한 여행을 떠난다. “() 우리 돌아가서 또 싸우면 어떡해?” “(규호) 화해하면 돼!” “() 또 싸우면?” “(규호) 화해해!” 여행 내내 그들은 뜨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서울로 돌아오자 금세 똑같은 일상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규호는 영의 진정한 첫사랑이다. 규호는 영이 진심으로 사랑했고 영을 진심으로 사랑한 사람이다. 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규호의 사랑은 영에게 반드시 필요한 사랑이었다. 그것은 이해와 보살핌에 기반한 사랑이었다. 규호는 불안정하게 느껴지는 세상에서 영을 안정시켜 준 사람이었다

규호는 영이 찾던 모든 것을 구현했고 마침내 찾은 사랑이었다. “() 결국 내가 풍등에 남긴 소원 두 글자는 사랑(규호). 그게 내 유일한 소원이었다.” ! 이렇게 끝낼 순 없다. 대도시의 사랑법 시즌2가 절실히 필요하다.(5점 만점에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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