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관공(全面管控, Eternal Butler) ∥ 대만BL드라마, 로맨스, SF, 판타지, LGBTQ+ ∥ 12부작 ∥ 2024.12.20.~2025.03.07. ∥ 15+등급 ∥ 각본 : 채비교 ∥ 감독 : 연옥철 ∥ 출연배우(등장인물) : 장철위, 張哲偉(헝쓰, 4호) / 진준정, 陳峻廷(뤄부스) / 라장은, 羅章恩(린자첸) / 홍언상, 洪言翔(저우전췬) / 주영헌(웨이헝) / 유대경(뤄다창) / 왕영요(주천광) / 이운경(뤄헝) / 우병신(추이핑) / 황예풍(헝주, 9호) 등)
‘Eternal Butler’는 AI 로봇 '헝쓰(헝런 시리즈 4호)‘와 버릇없는 재벌 2세 '뤄부스' 사이에 피어나는 사랑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뤄다창은 돈으로 해결 못 하는 일이 없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엄청난 재벌이다. 뤄다창은 헝지 테크에서 개발한 AI 로봇 헝쓰를 반항적인 아들 뤄부스의 옆에 붙이고 헝쓰가 뤄부스를 경호하고 돌보게 만든다. 반항적이고 외로운 뤄부스는 처음엔 헝쓰를 단순한 AI 로봇으로 취급하지만, 점차 헝쓰에게 의지하며 마음을 열게 된다. 뤄부스와 헝쓰는 인간과 AI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점차 사랑의 감정을 키워간다.
● 인간과 AI의 관계 변화, 성장, 남겨진 질문들
○ AI와 인간, 감정을 초월한 관계의 시작
초반부는 헝쓰의 독특한 설정을 강조하면서 흥미를 끌어당긴다. 헝쓰는 겉보기에는 완벽한 인간처럼 행동하지만, 타인이 안경을 벗기면 기존의 순종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이중적인 면모를 보인다. 이는 단순한 기계적 존재로 여겨졌던 AI가 인간적인 특성을 지닌 존재로 변화하는 것을 상징한다.
뤄부스는 전형적인 부잣집 철부지 아들처럼 보이지만, 어릴 때부터 사업과 여자 문제 때문에 밖으로 도는 아빠와 집을 나가버린 엄마 때문에 ‘버림받음’에 대한 이슈로 상처가 깊은 인물이다. 이런 뤄부스는 헝쓰를 그저 자신을 감시하는 AI 경호원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헝쓰의 헌신적인 돌봄을 받으면서 점차 뤄부스의 마음에 헝쓰는 자신을 이해해주는 유일한 존재로 자리 잡는다. 처음엔 서로의 존재를 받아들이지 못했던 뤄부스와 헝쓰가 서서히 가까워지는 과정이 자연스럽고 설득력 있게 그려진다.
그러면서 ‘전면관공’은 로봇의 감정이 프로그래밍된 것인지, 아니면 자율적인 것인지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을 던진다. 헝쓰가 뤄부스에게 느끼는 감정이 단순히 주인에 대한 충성인지, 아니면 진정한 사랑인지에 대한 의문은 극 전체를 관통하는 주요한 갈등 요소다.
○ 서브 커플과 신뢰의 중요성
‘Eternal Butler’는 메인 커플 외에도 서브 커플을 통해 신뢰와 의지의 가치를 강조한다. 뤄부스의 친구인 저우전췬과 아버지의 빚을 떠안고 사채업자에게 시달리는 린자첸의 관계가 그것이다.
저우전춴과 린자첸은 저우전춴이 린자첸의 동의 없이 뤄부스에게 돈을 빌려 린자첸의 빚을 갚아주면서 잠시 갈등을 빚기도 한다. 그러면서 저우전춴과 린자첸이 오해를 풀고 서로를 의지하게 되는 과정을 뤄부스와 헝쓰의 관계와는 다른 방식으로 탐구하며 의존과 신뢰의 의미를 보여준다. 서브 커플은 인간 대 인간의 관계를 통해 ‘의지할 수 있는 존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AI와 인간의 관계를 더욱 두드러지게 만든다.
○ 흥미로운 설정, 그러나 갈피를 잃은 이야기
초반부의 신선한 설정과 흥미로운 관계 변화에도 불구하고, ‘전면관공’은 중반 이후부터 다소 혼란스러운 전개를 보인다. 중앙컨트롤 전기충격 시스템 IES로 인한 AI 로봇의 권리 문제, 뤄부스와 아빠의 갈등, 기업 간의 경쟁, AI 내부의 갈등 등 다양한 요소를 동시에 풀어내려다 보니 서사가 산만해진다.
특히 뤄부스와 아빠의 갈등, 헝쓰와 뤄부스가 서로 사랑하는 관계임이 밝혀지는 과정 등은 긴장감을 형성하지만, 결말은 너무 급하게 마무리된다. 또한 AI와 인간의 관계에서 파생될 수 있는 심도 깊은 철학적 논의는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피상적으로만 언급된다.
가장 큰 아쉬움은 로맨스의 감정선이 후반부로 갈수록 희미해진다는 점이다. 초반에는 헝쓰와 뤄부스 사이의 감정 변화가 섬세하게 그려졌으나, 후반부로 가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명확한 갈등 없이 정리된다. 이러한 전개는 초반의 감정적 몰입도를 후반까지 유지하지 못하게 만드는 주요한 요인이다.
○ AI의 사랑, 진정한 감정인가?
‘전면관공’이 던지는 가장 큰 질문 중 하나는 ‘AI도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는가?’이다. 헝쓰는 뤄부스에게 점점 인간적인 감정을 보이다가 뤄부스를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이 사랑이 진정한 감정인지, 아니면 프로그래밍된 충성심의 연장선인지에 대한 명확한 답은 주어지지 않는다.
AI가 감정을 학습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면, 우리는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그리고 AI가 영원히 늙지 않는 존재라면, 그 관계는 어떤 방식으로 지속될 수 있을까? ‘전면관공’은 이러한 질문을 던지지만, 깊이 있는 논의를 이어가지 못한 채 열린 결말로 남긴다.
● 완벽하지 않지만, 따뜻한 감성을 남긴 작품
완성도 면에서 아쉬운 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Eternal Butler’는 따뜻한 감성을 지닌 작품이다. ‘Eternal Butler’이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했던 것은 ‘이해받고, 돌보고, 사랑받고 싶다’는 감정과 ‘의지할 수 있는 존재의 소중함’이다. 로봇과 인간의 관계를 통해 결국 인간 본연의 감정과 사랑을 되돌아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Eternal Butler’이 던진 질문들은 여전히 미완으로 남는다. AI의 감정이 진짜인지, 인간과의 사랑이 가능한지, 그리고 인간은 AI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표면적으로만 다뤄지기 때문이다. ‘Eternal Butler’는 혁신적인 작품은 아니지만, 감성적인 접근을 통해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5점 만점에 3.7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