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빛남고 학생회(Light On Me) ∥ 한국BL드라마, 청게물, 로맨스, LGBTQ+ ∥ 16부작 BL웹드라마 ∥ 2021.06.29.~08.19. ∥ 12+등급 ∥ 원작 : Day7 최초 발매 BL게임 새빛남고학생회 ∥ 각본 : 이지음 ∥ 감독 : 이유연 ∥ 출연배우(등장인물) : 이세온(우태경) / 강유석(노신우) / 최찬이(신다온) / 고우진(남궁시운) / 양서현(이소희) / 이기현(서햇빛) 등)
‘새빛남고 학생회’는 DAY7의 첫 번째 BL게임을 드라마로 만든 귀엽고 사랑스러운 드라마다. 출연배우들의 얼굴이 개연성이라 약간의 어색한 연기는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어색함이 풋풋한 남학생들의 사랑을 부각해 주는 느낌이다. 미친 비주얼과 케미스트리에 지나치게 과몰입할 수 있으니 주의를 요한다. 특히 강유석 입덕 주의! 출구가 없다!
새빛남고 학생회의 주요 인물 4명은 독특하고 다채로운 성격을 띠고 있으며 캐릭터 각각이 모두 사랑스럽다. 4명의 케미스트리 또한 매우 좋아서 매장면마다 흐뭇하고 유쾌한 케미스트리를 발산한다. 이 4명의 캐릭터 중 내 눈을 가장 사로잡은 건 노신우다.
신우는 태경에게 처음엔 건방지고 호전적으로 굴지만 점차 다정하고 수줍음이 많은 소년으로 변해 간다. 이 변화가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고, 매회 츤데레 신우에게 설레게 만든다.
새빛남고 1학년인 우태경은 자발적 아싸다. 태경은 ‘익숙한 것들이 낯설게 느껴지는 날, 나 이렇게 괜찮은 걸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친구를 사귀고 싶어진다. 태경이 담임선생님을 찾아가자 학생회를 담당하고 있는 담임은 학생회 입부를 제안한다. 학생회 모두가 태경의 입부를 찬성하지만 부회장 노신우만 강력하게 반대한다.
“나 싫다는 사람, 나도 싫다고!” 태경은 신우의 반응에 오기가 생겨 반드시 학생회에 들어가리라 마음먹는다. 태경은 매일 아침 학생회실을 청소한다. 학생회장 신다온과 봉사부원 남궁시운은 태경을 절대적으로 지지한다. 덕분에 태경은 임시 부원의 자격을 얻고, 한 달 후 정식 입부를 결정하기로 한다.
‘새빛남고 학생회’에서 인상 깊었던 건 태경과 다온의 로맨스를 사소한 서브플롯으로 취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BL드라마는 처음부터 메인커플이 누구인지 명확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새빛남고 학생회’는 기존 서사를 거부하며 모호함을 가지고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 드라마는 다온과 태경이 혹여 메인커플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다온과 태경의 에피소드에 시간을 할애하여 공을 들인다. 그래서 메인커플이 태경과 신우라는 걸 알면서도 다온이가 불쌍했고, 다온 때문에 마음 아팠다.
태경과 다온의 갈등은 루머에서 비롯된다. 태경과 다온이 베란다에서 손을 잡고 있는 사진이 단톡방에 올라오자 완벽한 인기남이었던 다온에게 게이라는 루머가 돈다. 다온은 태경을 좋아하면서도 공개적으로 대면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태경을 피하기 시작한다. 자신이 게이라는 루머가 돌아도 태경은 다온을 걱정하지만 다온은 루머를 걱정하느라 태경을 신경 쓰지 못한다.
“제가 틀렸어요. 형 잘못 아니라고 했던 거! 형 잘못 맞아요. 맨날 괜찮은 척하는 불쌍하고 착한 사람인 줄 알았어요. 근데 형은 거짓말밖에 못하는 나쁜 사람이에요. 근데 알고도 좋았어요. 형이라서.” 태경은 자신을 피해 다니는 다온을 보며 상처 받는다.
신우는 중학교 때 남자에게 고백했다가 차인 경험이 있어서 자신의 성정체성에 대해 명확히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신우는 태경에게만 플러팅을 하며 태경을 쳐다보는 다온의 눈빛에서 다온이 태경을 좋아한다는 걸 눈치챈다. 신우는 자신도 태경을 좋아하게 됐지만 태경이 다온에게 마음이 있는 걸 알고는 태경에게 고백하지 못한 채 태경을 챙겨주며 짝사랑만 한다.
그런데 게이 루머로 인해 다온이 태경을 피해 다니자 신우는 몇 번이고 다온에게 자신의 마음에 솔직해지라고 경고한다. 하지만 끝내 태경에게 솔직해지지 못한 채 태경을 피해 다니는 다온에게 화가 난 신우는 이제 더 이상 태경을 양보하지 않겠다며 마지막 경고를 하고 태경에게 직진한다.
‘기대가 크면 상처받는다. 나는 그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주제넘게도 내가 그런 신다온의 몫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태경은 다온에게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고백한 걸 후회하며 펑펑 눈물을 쏟는다.
신우는 태경을 위로하며 집으로 데려간다. 처음으로 친구네 집에 놀러 간 태경은 마침 신우네 부모님이 안 계셔서 편하게 밥도 먹고, 수다도 떨고, 영화도 보다가 신우네 집에서 잠이 든다. 이 에피소드는 태경과 신우의 유대감을 강력히 형성하는데 기여한다. 또한 신우의 부드러움과 따뜻한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하지만 신우와 태경의 사이에 다시 다온이 끼어든다. 다온은 이제 루머 따윈 신경쓰지 않고 태경에게 용기를 내보기로 한다. 태경이 사줬던 커플 팔찌를 다시 차고 태경 앞에 나타난 다온은 예전보다 더 다정하고 세심하게 태경을 챙긴다. 하지만 용기를 내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려버렸다. 사랑엔 ‘타이밍’과 ‘용기’가 필요하다. 이미 태경은 신우의 바다 같은 사랑에 빠져 버린 상태였다.
이 에피소드가 바로 신우의 고백 장면이다. 이 장면은 태경의 마음만 사로잡은 게 아니라 내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액정이 고장 나서 카톡 확인을 할 수 없었던 태경은 액정을 수리한 후 신우가 엄청나게 많은 카톡을 남겼다는 걸 알게 된다. ‘내가 보지 못하는 동안, 무심한 동안에도 노신우는 내 생각을 했다. 말을 걸어왔다. 내내 사라지지 않았을 숫자와 전해지지 않던 마음이 한꺼번에 내게 쏟아졌다.’
카톡을 다 읽은 태경은 신우에게 계속 내 생각을 한 거냐고 묻는다. 그러자 신우가 답한다. “응.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아마 내일도, 계속 네 생각만 할 거야. 난.” 아! 정말 이보다 설레는 고백이 있을 수 있을까?
신우는 정말 사랑스러운 츤데레다. 신우는 강인한 겉모습 이면에 연약한 모습을 감추고 있다. 태경을 좋아하면서도 태경과 다온이 같이 있을 때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괜찮다고 말했지만 속은 전혀 괜찮지 않았다. 초반에 태경에게 자꾸만 신경이 쓰였던 신우는 태경에게 까칠하게 굴면서도 자꾸만 귀가 빨개지는 모습을 보였다.
두 사람이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난 후 가장 강력한 케미스트리는 태경이 신우에게 들이댈 때 신우가 당황해하며 귀가 빨개지는 모습에서 발산된다. 그때마다 태경은 신우의 귀를 보며 놀린다. 태경 앞에서만은 수줍은 소년이 되어 버리는 츤데레 신우는 정말 너무너무 사랑스럽다. 이런 신우를 강유석이 어찌나 잘 살려냈는지, 계속 계속 신우를 보고 싶게 만든다.
다온은 태경의 마음을 다시 되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태경이 다온을 선택했다는 걸 알고는 조심스럽게 삼각관계에서 빠져나간다. 다온은 실연의 아픔을 겪은 후 더 이상 ‘다른 사람을 위한 삶’이 아닌 ‘자신을 위한 삶’을 살겠다고 결심한다. ‘좋은 게 좋은 거지.’라며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인정받고자 노력했던 다온은 호되게 첫사랑의 진통을 겪은 후 성장한다.
키스신보다 더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장면은 태경과 신우가 손을 잡고 등교하는 장면이다. BL드라마에서 공개적으로 손을 잡는 게 뭐가 그리 대수냐고 말할 수도 있지만 이 드라마의 전체적인 분위기로 볼 때 이들의 커밍아웃은 강력한 의미가 있다.
신우는 중학교 때 동성애 혐오로 인해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고, 태경은 게이 루머로 인해 다온에게 거절당했다. 이걸 감안할 때 어쩌면 두 10대 소년은 비밀 연애를 선택하는 게 더 쉬웠을 수도 있다. 하지만 태경과 신우는 다른 학생들이 뒤에서 큰 소리로 험담하는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당당하게 서로의 사랑을 드러낸다. 이것은 태경과 신우가 앞으로도 다른 사람들이 그들에 대해 뭐라고 말하든 그들의 사랑을 단단하게 지켜나갈 것임을 보여준다.
2년 후 학생회 친구들은 밤을 보내기 위해 모인다. 태경은 여전히 신우와 예쁘게 잘 사귀고 있다. 태경은 신우를 놀리며 신우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쪼아 놀라게 한다. 눈이 동그래진 것도 잠시 신우는 태경에게 설렘과 친밀함을 듬뿍 담은 첫키스를 한다. 참 예쁜 키스신이다.
마지막회까지 스토리는 지루할 틈 없이 탄력 있게 전개된다. 무엇보다 첫사랑, 우정, 용서, 성장에 대한 긍정적 메시지로 마무리한 결말이 만족스럽다. 섬세하고 감성적인 연출은 드라마 전체를 부드럽고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새빛남고 학생회’에서 딱 하나 불편했던 건 ‘여성’을 빌런으로 설정했다는 점이다. 다온을 좋아하는 소희를 ‘악의 축’에 세워 게이 루머가 퍼지도록 만든 것이다. 게임 원작에도 없는 여성 캐릭터를 추가하여 굳이 악역으로 설정한 점은 이 작품의 가장 큰 결점이자 아쉬움이다.(5점 만점에 4.7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