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트와일라잇(Last Twilight, ภาพนายไม่เคยลืม) ∥ 태국BL드라마, 로맨스, LGBTQ+ ∥ 12부작 ∥ 2023.11.10.~2024.01.26. ∥ 13+등급 ∥ 각본 : Bee Pongsate Lucksameepong / Best Kittisak Kongka ∥ 감독 : 아옾 노파르나흐 차이야윔혼(Aof Noppharnach Chaiyahwimhon) ∥ 출연 배우(등장인물) : 지미 짓폰 포티위혹, Jimmy Jitaraphol Potiwihok(Mhok) / 씨 따위난 아누쿤쁘라섯, Sea Tawinan Anukoolprasert(Day) / 마크 파킨 쿠나누빗, Mark Pakin Kunaanuwit(Night) / Namtan Tipnaree Weerawatnodom(Phojai) / Kun Kunchanuj Kengkarnka(On) / Emi Thasorn Klinnium(Pla) / Cream Premsinee Ratanasopa(Day's mother) / Film Rachanun Mahawan(Gee) / Ohm Thipakorn Thitathan(August) / Rang Apiwit Reardon(Pae) / Thames Sanpakit(Singha) 등)
‘라스트 트와일라잇(Last Twilight)’은 전과자인 목(Mhok)과 시력을 잃은 전직 국가대표 선수 데이(Day)의 애틋한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데이가 유일하게 자신을 동정하지 않는 목을 간병인으로 채용하면서 그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 줄거리
전직 배드민턴 선수였던 데이는 교통사고로 각막이 손상되어 시력이 20%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각막 이식을 받기 위해 기증자 명단에 올려놓았지만 언제 수술을 받을는지는 알 수 없다. 데이는 자신의 장애를 여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괴로움과 자기연민으로 분노하며 반항적으로 행동한다. 모든 사람과 거리를 두며 밖에도 나가지 않는다. 데이의 엄마와 형 나이트(Night)는 데이를 도울 수 있는 간병인을 찾지만 대부분 데이와 며칠은커녕 면접도 제대로 통과하지 못한다.
목의 유일한 가족이었던 누나는 목이 폭행 사건으로 감옥에 갇히던 날 사업 실패로 괴로워하다가 자살한다. 가난한 목은 누나가 담보로 맡긴 자동차를 찾고 싶지만 그럴만한 돈이 없다. 우연히 간병인을 구하는 곳에 들어간 목은 데이의 행동을 보고 그가 버릇없고 거만하고 까칠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데이는 엄마가 반대하는 데도 면접 과정에서 다른 후보자들과 달리 유일하게 자신을 동정하지 않는 목을 간병인으로 선택한다.
어느 날 데이가 호의적으로 대하는 온(On)이 방문한다. 그는 샤이닝 협회에서 보낸 데이의 상담사로 그 또한 시각장애인이다. 데이가 목 때문에 짜증이 난다고 하자 온은 따뜻하게 토닥거리며 이렇게 조언해준다. “시간을 좀 가져. 시각 장애가 없는 사람과 시간을 보내는 게 쉽지 않다는 거 알아.”
데이를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목에겐 이렇게 조언한다. “데이는 국가대표 선수였어. 자신감이 넘쳤지. 그런데 저렇게 됐어. 누가 집을 나가고 싶겠어? 넘어지는 게 두려운 게 아니라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운 거야. 우리가 비정상으로 비치는 게 무서운 거야.” 이 말을 들으며 목은 1년간 감옥에 있다가 출소한 후 전과자임을 알리는 전자발찌를 하고 있을 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위축됐던 자신을 떠올린다.
목은 자신이 데이에게 어떤 역할을 해줘야 할는지를 빨리 깨닫고 그를 공감하고 배려하며 조심스럽게 다루기 시작한다. 이를 통해 데이 또한 목을 더 의지하고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을 만큼 자신감을 갖기 시작한다. 목은 보이지 않는 미래로, 데이는 시력 상실로 암울한 상태에서 만난 둘은 그렇게 서로에게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다.
● 감상
◎ 지미씨(JimmySea)의 케미스트리는 ‘Vice Versa(2022)’보다 훨씬 더 좋아졌다. 인생의 가장 어두운 시기에 만난 목과 데이가 서로를 공감하고 위로하고 치유하는 모습이 깊은 감동을 준다. 목과 데이가 서로 마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따뜻해진다. 둘은 삶의 투쟁을 통해 쌍방 성장과 쌍방 구원을 보여준다.
목과 데이의 NC신은 Aof 감독스럽다. 에로틱한 것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오로지 목과 데이의 감정선에만 초점을 맞춘다. 그로 인해 목과 데이가 서로를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는지를 오롯이 느끼게 만들어준다.
◎ 솔직히 ‘Vice Versa(2022)’에서는 그저 지미(Jimmy)의 얼굴이 예쁘다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라스트 트와일라잇(Last Twilight)’을 보면서는 완전히 빠져버렸다. 이런 연기 천재를 못 알아본 나를 반성한다. 누나의 자살로 인해 생긴 트라우마, 데이에게 서서히 빠져드는 모습, 데이의 시력이 더 나빠질 때마다 고뇌하는 모습, 데이와 이별 후 혼란과 고통 속에 빠져든 모습 등 강렬한 감정 표현이 필요한 장면마다 탁월하게 묘사해서 현실감이 느껴진다.
지미의 본업은 피부과 의사다. 강아지 같은 눈빛과 소년같이 맑은 얼굴이 조폭처럼 보이지 않아서 일부러 수염도 기르고 피부도 더럽게 만들었다고 한다. 캐릭터에 대한 지미의 진정성이 엿보인다.
목은 초반에 욱하는 성격 때문에 폭력적인 인물로 보이지만 사실 내면은 그렇지 않다. 어릴 적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신 후 목은 유일한 가족인 누나와 힘들게 살아왔다. 그런데 그런 누나마저 어렵게 차린 네일숍이 망하자 자살하고 만다. 목은 누나가 자살하기 직전에 자신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받지 않아서 그런 일이 생긴 거라고 자책한다.
그런 목이 데이를 만나 참을성 있게 데이를 돕는 과정은 굉장히 훌륭하다. 목은 친절하고 다정하게 데이를 배려하며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한다. 목은 하루종일 눈을 가리고 앞이 보이지 않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경험하며 데이에게 무엇이 필요하고 그가 어떤 마음일지를 이해하려고 애쓴다. 목은 데이가 왜 오만하고 까칠한지를 이해하게 되자 그의 정서적인 어려움을 공감하고 그를 지지해주며 인내심을 갖고 천천히 데이의 벽을 허물어간다.
◎ 씨(Sea)의 시각장애인 연기는 서사에 깊이와 진정성을 더한다. 시선 처리, 얼굴 표정, 몸의 움직임까지 시각장애인을 충실하고 탁월하게 묘사한다.
시합 중에 앞이 보이지 않아 병원에 간 데이는 각막 손상으로 실명하게 될 거라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듣는다. 이식 수술만이 유일한 방법인데 그때가 언제인지는 기약할 수 없다. 데이는 왜 자신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분노하며 좌절감을 느낀다.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한 데이는 1년 내내 방에 틀어박혀 세상과 자신을 격리한 채 자신을 사라지게 만든다.
그랬던 데이가 목을 만나면서 점점 바뀌기 시작한다. 목은 앞이 보이지 않아도 데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걸 알게 해준다. 목이 이끌어주는 대로 방에서 거실로, 집에서 세상 밖으로 나가면서 목은 점점 자신감을 갖게 된다. 데이는 다시 친구들과 만나 활동에 참여하기도 하고, 계획도 세우고, 여행도 가고, 춤도 추고, 사랑에 빠지면서 눈이 보이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음을 배운다.
◎ 일출을 보며 목이 데이에게 자신의 감정을 보여주기 위해 키스하는 장면은 무척 아름답다. 데이가 좋아했던 아구스트(August)는 동정을 베풀며 데이를 아프게 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해는 뜨고 새날은 밝아온다. 목이 떠오르는 태양 앞에서 데이에게 키스한 것은 이렇게 새날,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됨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 목은 데이가 3개월 후면 완전히 시력을 잃게 될 거라는 말을 들었음에도 데이가 온과 필라(Pla)의 결혼식에 참여하고 싶어하자 위험을 감수하고 송클라로 데이를 데리고 간다. 데이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다 해주고 싶어하는 목의 마음이 느껴진다. 결혼식장에서 목과 데이가 함께 왈츠를 추는 모습은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데이는 곧 자신의 눈이 완전히 보이지 않을 것임을 직감하자 목에게 Veha Mountain에 데려가 달라고 부탁한다. 앞이 보여도 올라가기 힘든 산을 목은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고 데이를 데리고 함께 오른다. 정상에서 데이는 이제 더 이상 자신이 앞을 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온전히 받아들인다.
데이는 마지막으로 황혼을 보는 대신 목의 얼굴을 보는 것을 택한다. 데이의 한 뼘 안에서 목의 얼굴이 점점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이때 목이 목놓아 우는 것처럼 나도 펑펑 눈물을 흘리며 울었다. 게다가 흐린 날씨여서 목과 데이가 상상으로 보게 만든 황혼은 슬픔을 더욱 극대화했다.
◎ 첫 번째 이식 수술은 실패로 끝난다. 하지만 데이는 절망하지 않고 자신의 장애를 수용한다. 목에게 지팡이를 보여주며 환하게 웃는 데이의 모습은 눈이 아닌 가슴으로 세상을 보면서도 자율적이고 충만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다.
다행히 두 번째 이식 수술은 성공한다. 데이는 그토록 보고싶어하던 목의 얼굴을 뚜렷하게 보게 된다. 태어날 때부터 시각장애인이 아니었던 데이는 드라마 초반에 이식 수술을 받으면 치료될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그렇기에 이러한 결말은 훨씬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각막 이식을 받으면 앞을 볼 수 있는데 받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할 것이다.
데이가 시력을 잃었을 때 배웠던 모든 것은 이식 수술을 받고 나서도 그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데이는 앞이 보이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음을 배웠고, 앞이 보이는 지금도 변함없이 행복하다. 현실을 바꿀 순 없지만 어떻게 살아갈는지는 자신이 선택할 수 있다.
◎ ‘라스트 트와일라잇(Last Twilight)’은 데이를 통해 사회로 나가려 할 때 장애가 얼마나 높은 장벽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데이가 동정받는 걸 싫어했듯이 장애인들을 대할 땐 혐오와 동정이 아닌 배려, 친절, 격려, 이해, 사랑이 필요하다. 이는 비장애인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다.
◎ 아쉬운 점은 11회~12회다. 갑자기 스토리가 성급하고 다급해져서 각본가가 바뀐 줄 알았다. 3년씩 두 번이나 점프한 것도 그렇고 캐릭터 개발이 후퇴한 것도 그렇다.
목은 누나가 자살한 후 죄책감과 트라우마에 시달려왔다. 그런 목이 사랑하는 사람을 또다시 잃게 된다는 건 두려움을 넘어선 죽음보다 더한 공포였다. 그런 목에게 고작 데이의 “헤어지자.”란 한 마디로 둘을 갈라놓고 말았다. 목의 성공을 위해서 데이가 택한 행동이었어도 이건 아니다.
데이에게 버림받고 떠나야만 했던 목은 혼자서 어떻게 그 고통을 견뎌냈을까? 데이는 SNS 등 목이 연락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차단해버릴 정도로 잔인한 행동도 한다. 그나마 데이는 부자이고 엄마와 형 등 지지자원이 많다. 하지만 지지자원이 전혀 없는 목은 홀로 심리적인 슬픔과 고통을 감당해야만 했다. 아! 도대체 목은 그걸 다 어떻게 견디고 버텨냈을까? 생각만 해도 가슴 저리고 아프다.
데이는 목에게 헤어지자고 하는 대신 목과 대화하면서 목의 두려움과 감정을 충분히 들어봐야 했다. 그런 후 목이 하와이에서 경력을 쌓는 동안 장거리 연애를 하면서 더욱 성장하고 성숙해지는 법을 배웠어도 좋았을 것이다.
이래놓고는 3년 만에 다시 만난 목이 데이에게 감사와 사과를 하게 만든다. 목에게 상처주고 잔인하게 군 건 데이인데 왜 목이 데이에게 감사하다고 해야 하는 것이며 미안하다고 사과해야 하는 것일까? 목이 하와이에 못 가게 됐다고 거짓말한 건 데이를 동정해서가 아니라 데이와 헤어지기 싫어서였다. 목은 처음부터 데이를 동정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동정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게 만든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두 번째 기회를 얻어야 하는 건 목이 아닌 데이다. 작가님, 감독님, 도대체 왜 그러셨어요?
◎ ‘라스트 트와일라잇(Last Twilight)’의 아쉬운 점을 격하게 토로한 건 그만큼 이 드라마에 애정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라스트 트와일라잇은 강력추천할 만큼 감동적인 작품이다.(5점 만점에 4.5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