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스토퍼(Heartstopper) 시즌2 ∥ 영국BL드라마, 청게물, 학원물, 로맨스, LGBTQ+ ∥ 8부작 ∥ 2023.08.03. ∥ 15+등급 ∥ 원작 : ‘앨리스 오스먼(Alice Oseman)’의 만화 ‘하트스토퍼(Heartstopper)’ ∥ 극본 : 앨리스 오스먼 ∥ 감독 : 유로스 린(Euros Lyn) ∥ 출연배우(등장인물) : 킷 코너, Kit Connor(니콜라스 넬슨, 닉) / 조 로크, Joe Locke(찰리 스프링) / 윌리엄 가오, William Gao(타오 쉬) / 야스민 피니, Yasmin Finney(엘 아전트) / 토비 도노반(아이작 헨더슨) / 코리나 브라운(타라 존스) / 키지 에절(달시 올슨) / 제니 월저(토리) / 세바스찬 크로프트, Sebastian Croft(벤) / 코맥 하이드-코린(해리) / 리아 노우드(이머전) / 피사요 아킨아데(아자이 선생님) / 올리비아 콜먼, Olivia Colman(사라) / 체트너 판디아(싱 코치) 등)
‘하트스토퍼(Heartstopper) 시즌2’도 시즌1과 마찬가지로 편안하게 볼 수 있다. 호모포비아, 불안함, 괴롭힘, 가족 불화, 섭식장애와 같은 심각한 주제를 다루는데 주저하지 않으면서도 위협적이지 않다. 갈등이 일어나도 상당히 빨리 해결된다. 혐오와 편견을 경험하게 되지만 현실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당당히 맞선다.
시즌2는 10대뿐 아니라 성인이 자신을 재발견하고 내면의 욕망을 교감하려고 노력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사람들에게 LGBTQ+에 대한 이해를 바라며 세련된 성숙함으로 조용히 간청하는 느낌이다. LGBTQ+ 커뮤니티에 속한 10대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작품이다.
● 닉&찰리(Kit Connor & Joe Locke)
◎ 닉의 커밍아웃은 누구에게 언제 말하기로 결정했는지에 따라 여러 단계를 거친다. 그러면서 닉은 자신이 양성애자라는 사실과 커밍아웃의 여부가 자신과 상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탐구한다. 찰리는 그런 닉의 곁은 든든하게 지켜준다.
이제 막 사귀기 시작한 닉과 찰리의 흥분과 설렘이 화면을 뚫고 전달된다. 서로 남자친구가 된 닉과 찰리의 문자메시지는 온통 달콤함으로 채워진다. 닉과 찰리는 이제 키스를 멈출 수 없다는 듯이 만날 때마다 키스한다. 하지만 드라마가 순수 그 자체인 만큼 절대로 키스 이상의 선은 넘지 않는다. 아! 닉이 찰리의 목에 키스마크를 딱 한 번 남긴 건 선을 넘은 건가?
시즌1에서 닉은 찰리에게 자신이 바이섹슈얼임을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커밍아웃하고 싶다고 말했지만 시즌2가 시작되면서 현실적으로 커밍아웃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닉은 커밍아웃해야 한다는 내적 스트레스와 압박, 불안, 두려움 등을 느낀다. 하지만 찰리와 함께 있을 때만은 어두운 구름이 모두 사라진다.
닉이 커밍아웃에 대한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찰리는 닉을 안아두며 든든하게 닉이 기댈 수 있도록 곁을 지켜준다. 찰리가 닉에게 그들의 관계를 공개하도록 강요하지 않는 것도 좋고, 닉이 커밍아웃을 서두르지 않는 방식도 좋다. 찰리의 기다림은 닉으로 하여금 가족과 친구들에게 커밍아웃할 수 시간과 공간을 제공한다.
10대들이 주요인물인 만큼 시험 스트레스, 성적, 과제물, 파리로의 수학여행, 럭비팀 활동 등을 적절하게 보여준다. 가족 간의 갈등과 쓰레기같은 전남친 벤과의 갈등에 이르기까지 그 어떤 상황에서도 닉과 찰리는 서로의 손을 잡고 굳건하게 서 있다.
시즌1에서 찰리의 전남친이었던 쓰레기 벤은 시즌2에선 이머전과 보여주기식 연애를 하면서 여전히 쓰레기임을 보여준다. 닉이 찰리와 사귄다고 커밍아웃한 후 벤은 찰리에게 사과하고 싶다며 찰리를 찾아온다. 찰리는 마치 사과를 빚 받으러 온 것처럼 구는 벤에게 한 방 먹이며 벤이 갖고 있던 허위를 낱낱이 벗겨낸다.
“처음 나한테 키스했을 때 기억나? 내 의사는 묻지도 않았어. 나도 원하는 일인지 생각조차 안 한 거지. 난 널 좋아했고, 뭘 몰라서 네가 하는 대로 따랐어. 너한테 휘둘리고 있단 걸 몰랐지. 나중에 깨닫고 그런 생각을 했어. ‘난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이구나. 마음 내킬 때 마음대로 갖고 놀고 싹 무시해도 되는 사람이구나.’ 이젠 좋은 일이 생길 때마다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들려. ‘넌 가치 없는 인간이야. 이런 거 누릴 자격 없어.’ 근데 너 마음 편하고 싶어서 나더러 용서하라는 거야? 잘못을 깨달은 건 잘됐지만 이렇게 불쑥 나타나서 용서를 강요할 자격은 없잖아. 미안하다는 말로는 네가 한 짓 절대 못 덮어. 또 누군가한테 상처 주지 않도록 더 나은 사람이 되길 바랄게. 근데 그런 널 보고 싶진 않아. 다신 안 보고 싶어.” 찰리의 이 대사가 너무 좋다.
아웃팅 당한 후 괴롭힘을 당했던 트라우마로 인해 찰리는 음식을 잘 먹지 못한다. 계속된 폭력으로 무력감에 빠져있을 때 찰리가 유일하게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 있던 건 음식 조절뿐이었다. 닉은 섭식장애와 관련된 정보를 구글링하며 찰리를 돕고 싶어한다. 닉과 찰리가 나누는 대화도 매우 감동적이지만 찰리의 말을 듣고 눈물을 흘리는 닉은 더 감동적이다.
닉 : 너는 늘 모든 게 좋고, 행복하고 완벽하길 바라지만 나랑 있을 땐 완벽하지 않아도 돼. 찰리, 서로 다 말하기로 했잖아. 그때 그 얘기 한 후로 먹는 문제 말이야. / 찰리 : 타오가 내 커밍아웃에 대해서 얘기하는 걸 누가 들었어. 사람들이 동성애를 그렇게 싫어하는 줄 몰랐어. 옛날보단 나아진 줄 알았지. 대놓고 역겹다고 하더라. 너무 오래 그렇게 지내니까 그 말이 맞는 것 같았어. 내가 너무 싫어졌어. 너무 싫어서 때때로 자해를 하곤 했어. 다신 그런 기분 느끼기 싫어. / 닉 : 요즘도 그래? / 찰리 : 아니. 미안해. / 닉 : 그 말은 안 하기로 했잖아. 나한테 약속해 줄래? 또 그렇게 힘들어지면... / 찰리 : 신경 쓰고 부담 갖게 하기 싫어. 네가 날 약하고 망가진 존재라고 생각해서 낫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할까 봐 싫어. / 닉 : 너 그렇지 않아. 나 그런 생각 안 해. 난 지난 몇 달 동안 정말 두려운 일들을 해냈어. 네가 내 곁에서 손을 잡아줬기 때문에. 나도 네게 그런 존재가 되고 싶어. 넌 내 남자친구잖아. 찰리, 그러니까 제발 약속해줘. / 찰리 : 그래.
● 닉&찰리의 주변 캐릭터
○ 자신이 엘을 좋아하고 있음을 깨달은 타오는 머리를 자르고 엘에게 꽃을 선물하며 고백한다. 첫 데이트가 실패로 끝나면서 둘은 친구로 돌아간다. 엘과 타오는 서로 좋아하면서도 사귀는 사이가 되어 데이트를 하게 되면 첫 데이트처럼 모든 걸 망칠 수도 있을 거란 불안함과 두려움에 주춤한다.
엘은 절친인 타오에게 자신의 감정을 고백하는 것과 예술학교에 진학하는 것 사이에서 갈등한다. 타오와 엘은 여러 가지 우여곡절을 겪지만 결국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며 안정적인 연인 관계가 된다. 엘의 가족과 친구들은 그녀를 진심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트랜스포비아의 흔적이 없다. 특히 좋은 건 트랜스젠더로 커밍아웃하면서 겪었던 모든 일들을 잘 이겨낸 엘에게 타오가 경외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 항상 수줍은 표정으로 책을 손에 들고 다니는 독서광 아이작이 자신의 성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은 감동적이다. 아이작은 연애가 무엇보다 소중하다고 여겨지는 세상에서 그런 끌림을 느끼지 않는 자신이 혹여 잘못된 건 아닌가 하는 불안함을 느낀다. 아이작은 제임스와의 관계에 대해 놀리는 친구들에게 화를 낸다. 친구들은 아이작을 존중하며 그 이후 아이작이 불편해 할만한 말을 하지 않는다. 덕분에 아이작은 연애에 대한 압박과 기대로부터 자유로워지면서 자기 발견을 해나간다.
○ 달시&타라의 관계는 시즌1보다 성장한다. 달시는 호모포비아인 엄마와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밖에서는 자신이 레즈비언이라고 당당하게 말하면서도 집에서는 결코 커밍아웃을 하지 못한 채 자기 자신을 숨기며 산다. 무언가 자꾸만 숨기는 것 같은 느낌 때문에 서운하고 불안해했던 타라는 달시의 어려움과 마주하면서 서로에 대해 알지 못했던 것을 더 많이 배우고 이해하게 된다. 하트스토퍼에 등장하는 성인들이 대부분 지지적이지만 달시의 엄마를 통해 그렇지 못한 부모가 있다는 것도 지적한다. 그러면서 그런 부모와 함께 살 때 어떤 상처를 입게 되는지도 보여준다.
○ 파루크는 매우 엄격한 교사로 묘사된다. 겉으론 무서운 선생님처럼 보이지만 학생들을 사랑한다. 숙소 복도에서 키스하려던 닉과 찰리를 방으로 돌려보내고 파루크는 파리 수학여행에 인솔교사로 같이 온 아자이에게 “나는 20대 후반이 돼서야 게이인 걸 알았다. 그래서 게이 소년으로서의 귀여운 추억 같은 건 없다.”라고 말한다. 그리곤 이제 자신의 연애는 끝났다는 식으로 한탄한다. 아자이는 그런 파루크에게 플러팅한다. 이후 아자이와 파루크 사이에 로맨스가 싹트고 있음을 암시한다.
○ 닉과 타오의 우정은 시즌1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성장한다. 타오는 시즌1에서 닉을 싫어하지만 찰리를 위해 무엇이 최선인지를 깨달으면서 닉과 가까워진다. 닉 또한 유난스럽게 친구를 챙기는 타오의 마음을 이해하며 타오에게 마음을 연다.
◎ 지지적인 부모만큼이나 학교에 지지적인 퀴어 교사들이 있다는 건 행운이다. 그들은 학교에서 퀴어 학생들을 보살피고 보호하며 그들이 10대 시절을 안전하게 헤쳐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LGBTQ+ 커뮤니티에 속한 자녀와 학생이 있을 때 좋은 모델링이 돼줄 수 있는 존재들이다.
○ 시즌1에서 게이인 아자이는 찰리가 아웃팅을 당한 후 찰리가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상담도 해준다. 시즌2에서 찰리가 닉과 사귀는 모습을 보며 10대 퀴어 연인을 공감하고 이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 레즈비언인 싱코치는 닉과 찰리가 키스하는 모습을 본 후 닉을 지도하고 보호하는 동시에 닉이 스스로에게 가장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지지한다.
‘하트스토퍼(Heartstopper) 시즌2’는 시즌1보다 한층 더 풍성하게 감미롭고 사랑스러운 느낌을 담아낸다. 무엇보다 친구들의 우정이 부러울 정도로 사랑스럽다. 이들은 시즌3에서 더욱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시즌3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5점 만점에 5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