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어 미 유어 머시(Spare Me Your Mercy / การุณยฆาต / 나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 태국BL드라마, 스릴러, 미스터리, 로맨스, LGBTQ+ ∥ 8부작 ∥ 2024.11.28.~12.25. ∥ 15+등급 ∥ 원작 소설 : Sammon(แซมม่อน)의 ‘안락사(Euthanasia / การุณยฆาต)’ ∥ 극본 : Sirilux Srisukon ∥ 감독 : Wo Worawit Khuttiyayothin ∥ 출연배우(등장인물) : Tor Thanapob Leeratanakachorn(Kan) / JJ Krissanapoom Pibulsonggram(Thiu) / Fresh Arisara Wongchalee(On) / Aelm Bhumibhat Thavornsiri(Boss) / Gandhi Wasuwitchayagit(Somsak) / Phuak Pongsatorn Jongwilas(Pol.Sub.Lt.) / Prim Atchareeya Potipipittanakorn(Rin) / Nut Sivawut Putraserani(police) / Captain Phutanate Hongmanop(Kan's professor) 등)
‘Spare Me Your Mercy’는 도덕, 사랑, 상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며 시청자를 삶과 죽음의 윤리적 딜레마에 빠지게 한다. 떠쩨(TorJJ)의 연기와 Wo 감독의 섬세한 연출이 긴장감 넘치는 몰입감을 선사한다.
● 줄거리
경찰 소령인 티우(Thiu)는 말기암 환자인 엄마를 돌보기 위해 고향인 위양싱에 전보를 신청하고 내려간다. 내려가는 도중 자욱한 안개 때문에 늙은 남자가 도로 한가운데에서 염소를 죽이며 의식 행위 하는 걸 미처 보지 못해 급히 브레이크를 밟는다. 이마와 손목을 다친 티우는 병원에서 치료를 마치고 나오다가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는다.
장례식 당일 슬픔에 젖어 있는 티우 옆으로 깐(Kan)이 다가와 손수건을 건넨다. “울어도 괜찮아요. 지금 슬프잖아요.” 깐은 말기 환자가 마지막에 편안하게 가는 것을 도와주기 위해 완화 치료에 집중하는 의사로 티우엄마의 주치의였다.
이후 위양싱에 말기암 환자들이 잇달아 조기 사망하자 티우와 동료 경찰은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병원에 찾아간다. 조기 사망한 환자들의 담당의는 깐이다. 깐은 “말기 환자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어떤 것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러니 가족분들은 환자와 소중한 시간을 보내는 게 중요하다.”라며 티우엄마의 장례식 때 티우에게 해줬던 말과 똑같은 말을 한다. 그러면서 사건과 관련하여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라며 티우와 전화번호를 교환한다.
그 후 깐이 티우엄마의 유품을 돌려주겠다며 티우를 찾아온다. 둘이 함께 식사를 하면서 깐은 “어머니가 당신을 많이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고, 걱정도 하셨다”라며 티우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위로해준다.
수사를 하는 동안에도 말기암 환자들의 조기 사망은 계속된다. 어느 날 병원에서 염화칼륨이 도난당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시청자는 이때부터 더욱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한다. 의사 깐을 포함하여 간호사 온(On), 약사 보스(Boss), 법의학자 린(Rin), 병원장 솜삭(Somsak) 등이 모두 의심스럽게 보이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깐은 티우의 의심을 돌리기 위해 갑작스럽게 티우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한다.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깐은 정말 티우를 좋아하는 걸까? 깐과 티우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 감상
‘Spare Me Your Mercy’는 비밀스러운 의사 깐과 깐에 대한 사랑이 커지면서 욕망과 의무의 경계에서 갈등하는 경찰 소령 티우에 대한 미스터리 스릴러 벨드이다. 로맨스를 강조하는 장면이 그리 많지 않음에도 떠쩨(TorJJ)의 케미스트리는 불타오른다. 그들의 로맨스가 주된 초점이 아닌데도 시선, 표정, 긴장감 등을 통해 두 사람 사이에 어떤 감정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게 만든다.
깐을 연기한 떠(Tor)와 티우를 연기한 쩨(JJ)의 연기는 흠잡을 데 없다. 떠는 공감력 높고 연민 많은 깐의 소름 돋는 존재감을 보여준다. 쩨는 깐에 대한 사랑과 경찰이라는 의무 사이에서 갈등하는 티우의 혼란을 미묘하고 강력하게 보여준다.
티우의 의심을 돌리기 위해 고백했던 깐은 티우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다. 티우 또한 깐에게 점점 마음을 열면서 깐을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거짓말에 가려진 로맨스는 두 사람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른다. ‘나에게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제목처럼 깐의 선택은 자비로운 의도로 시작됐지만 수사망이 조여오면서 절박한 행동으로 이어진다. 발각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티우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슬픔이 깐의 심장을 조여온다. 티우 또한 깐을 사랑하면서도 의심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하는 것에 괴로움을 느낀다.
약사인 보스는 말기암 환자에 대한 분노와 증오심을 갖고 있다. 의사인 깐은 말기암 환자가 느끼는 고통에 가슴 아파하며 그들이 편안하게 생을 마감하길 바라는 마음에 공감한다. 드라마는 보스와 깐의 행위가 무엇이 다른지 극명한 대조를 통해 보여준다.
보스의 어릴 적 트라우마를 보여주며 아무리 연민을 일으키려고 해도 보스의 행위는 도덕적으로나 법률적으로 옳지 않다. 깐의 행위 또한 아직 안락사가 허용되지 않는 태국의 법률상 옳지 않다. 그렇다면 보스와 전혀 다른 깐의 의도는 그의 행동을 정당화할 수 있을까? 드라마는 이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지 않고 시청자를 도덕적 딜레마에 빠지게 만든다.
“(깐)법이 잘못된 걸까요? 법은 불평등과 자원의 부족,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니까요. 법은 감정이 없어요. 마음이 없죠. (티우)하지만 법은 법이에요. 안락사가 불법이라면 아무리 죽고 싶어도 당신이 할 권리는 없어요. (깐)내가 본 걸 못 봐서 그래요. 병상에 누워 움직일 수 없는 환자! 계속 고통받는 환자! 모르핀도 소용없을 정도로 고통받는 환자들요. 본 적이 없으니 못 느끼는 거예요. (...) 내가 치료한 모든 환자는 누구나 자신의 삶과 신체에 대한 권리가 있다는 내 믿음을 확고하게 해줬어요. 누구나 선택할 권리가 있어요. 평화롭고 품위 있게 살지 삶을 마감할 것인지! 하지만 당신이 지키는 법은 이런 걸 가능하게 하지 않았죠. 그래서 행동해야 했어요. 내가 한 모든 일에 대해서. 미안해요. 약속을 어겼어요. 결국 내가 당신을 슬프게 했네요.”
안락사가 합법인 나라도 있지만 태국은 불법이다. 깐은 자신이 아끼는 환자들이 말기암으로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는 걸 보면서 그들의 바람 대로 잠들 듯이 편안히 죽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증오심으로 비롯된 보스의 행위와 달리 깐의 연민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극도로 모호하게 만든다. 깐의 선한 눈물과 선택은 시청자를 도덕적 딜레마에 빠지게 만든다. 티우가 깐의 선택에 공감하면서도 “의사는 생명을 지키고 경찰은 법을 지키는 일을 하죠.”라는 말을 하게 만든 것에 안타까움이 느껴질 정도다.
안락사에 대한 깐의 철학은 동의의 원칙에 기반한다. 하지만 이 시리즈는 마지막까지 안락사에 대해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걸 보여주지 않는다. 단지 안락사를 둘러싼 도덕적, 법적 논쟁에 대한 비판적이고 중요한 질문을 제기한다. 그리고 이 시리즈는 이것을 아주 잘 해낸다.
‘Spare Me Your Mercy’는 로맨스가 초점이 아니었음에도 결국 도덕과 법 사이에서 계속되는 두 남자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그렇기에 티우가 마지막 장면에서 깐에게 한 대사는 완벽한 의미를 지닌 만족스러운 결말을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5점 만점에 4.9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