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어제(永遠の昨日, Eternal Yesterday) ∥ 일본BL드라마, 로맨스, 초자연, 판타지, LGBTQ+ ∥ 8부작 ∥ 2022.10.21.~12.09. ∥ 13+등급 ∥ 원작소설 : ‘에다 유리(榎田尤利)’의 ‘사랑은 빛(永遠の昨日)’ ∥ 각본&감독 : 코바야시 케이이치(小林啓一) ∥ 출연배우(등장인물) : 코미야 리오, 小宮璃央(야마다 코이치) / 이노우에 소라, 井上想良(오우미 미츠루, 밋짱) / 카렌 오토모, 大友花恋(가가미야) / 니이하라 다이스케, 新原泰佑(학습위원장) / 나루미 유이, 鳴海唯(하시모토) / 마츠무라 유키(미츠루 아빠) 등)
‘영원한 어제’는 외향적이고 밝고 친절하고 명랑한 코이치와 내성적이고 냉정하고 차분하고 진지한 미츠루가 서로에게 첫 번째로 중요한 사람이 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다. 코이치와 미츠루의 눈맞춤은 보는 내내 슬픔과 행복을 동시에 선사해준다. 서로를 보듬으며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끼는 두 사람의 모습은 보는 사람조차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친구들과 깔깔거리며 비를 맞고 들어오던 코이치는 건물에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던 미츠루와 눈이 마주친다. 잠시 시간이 멈춘 듯 두 사람의 시선이 엉킨 그 순간부터 코이치는 미츠루에게 끌린다. 미츠루에게 반한 코이치는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미츠루를 쳐다만 보던 코이치는 용기를 내어 미츠루를 불러내 “친구가 되어주지 않을래?”라고 말한다. 미츠루가 차갑고 냉담한 반응을 보이지만 코이치는 굴하지 않고 점심만이라도 같이 먹자고 부탁한다.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점심만 먹던 두 사람은 한두 마디를 시작으로 점차 주고받는 대화가 많아진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미츠루와 코이치는 등굣길과 하굣길도 함께 하게 된다.
미츠루를 향한 코이치의 감정은 깊고 보호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코이치는 미츠루를 신체적으로 보호할 뿐만 아니라 마치 다른 친구들도 미츠루의 긍정적인 면을 알아야 한다는 듯이 미츠루의 장점을 발견하여 끊임없이 칭찬한다. 이런 코이치의 순수하고 선한 영향력은 미츠루의 주변에도 친구들이 모여들게 만든다.
그런데 이토록 사랑스러운 코이치가 1회에서 죽어버린다. 눈 깜짝 사이에 코이치에게 벌어진 일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몇 번이고 되돌려 보기를 했다. 비가 많이 내리는 등굣길에 코이치는 여느 때처럼 미츠루를 보호하기 위해 미츠루의 왼쪽에 서서 걷는다. 이때 과속 트럭이 둘을 향해 달려들고 코이치는 1초 미만의 반응으로 미츠루를 밀어내고 트럭에 치인다.
“순식간에 코이치는 시체가 되었다.” 하지만 코이치는 죽지 않았다. 심각한 부상을 입고 맥박과 심장이 전혀 뛰지 않는데도 코이치는 일어나 탈구가 된 몸을 아무렇지도 않게 바로잡고는 미츠루 앞에 선다. 코이치는 ‘죽었지만 살아 있는 시체’가 된 것이다.
미츠루는 급우들 앞에서 코이치의 상처를 꿰매며 코이치의 상태를 설명한다. 코이치를 병원에 데려간다면 의료전문가들은 코이치를 연구 대상이라며 표본처럼 취급할지도 모른다. 혼란스럽고 두렵지만 반 친구들은 코이치와 미츠루를 지지한다. 여느 때처럼 코이치는 살아 있는 시체로 미츠루와 학교에 다닌다.
코이치는 왜 ‘살아 있는 시체’가 된 걸까? 미츠루를 너무나 사랑하는 코이치가 미츠루를 보호할 사람이 없다는 걸 두려워한 나머지 죽음을 극복하고 '살아 있는 시체'로 존재를 유지하게 된 건 아닐까? 살아 있는 시체 코이치와 함께 하는 동안 미츠루는 점차 성장하며 코이치가 갈망하던 자리를 내어준다. “(미츠루)넌 특별하니까 / (코이치)나도, 내게도 밋짱은 특별해...랄까? 밋짱이 첫 번째로 좋아. 누구보다도 좋아해. 그래서 문득문득 생각해 버리거든. 밋짱에게도 내가 첫 번째면 좋을 텐데 하고 말이야. 그럴 수 없다는 걸 알지만 그냥 문득... / (미츠루)첫 번째야. 첫 번째야. 코이치가.”
“(미츠루)코이치 괜찮아. 내가 잊지 않을 테니까. 내가 죽을 때까지 절대로 잊지 않을 테니까. / (코이치)밋짱... / (미츠루)코이치, 첫 번째로, 첫 번째로 사랑해. / (코이치)나도 첫 번째로 사랑해.” 그렇게 서로의 사랑을 고백하고 이제 혼자서도 잘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 미츠루를 두고 살아 있는 시체 코이치는 결국 진짜 죽음을 맞이한다.
“너무 많이 울어서 온몸이 눈물로 변했지만 결국 슬픔은 사라지지 않았다. 앞으로도 분명 그렇겠지. 나는 아직도 코이치를 찾게 된다.” 코이치의 사고는 분명 비극이다. 하지만 코이치가 살아 있는 시체로 있는 동안 두 사람은 서로를 더욱 이해하고 서로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가 되며 서로의 안에서 소속감을 느낀다. 이런 두 사람의 모습은 슬프지만 눈물겹게 아름답다.
성향은 전혀 다르지만 코이치와 미츠루는 둘 다 외로움을 안고 살았다. 둘 다 다른 사람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병원장 아들인 미츠루는 텅 빈 집에서 버림받은 느낌이었고, 코이치는 자신을 입양해준 삼촌이 친자식처럼 배려해줬지만 가족 안에서 쓸쓸함과 소외감을 느꼈다. 그런 코이치와 미츠루는 서로에게 첫 번째가 되고 서로의 사랑에 1위 자리를 내준다. 미츠루는 코이치를 통해 주변인과 어울려서 살아가는 법과 사랑하지만 놓아줘야 한다는 것도 배운다.
“(코이치) 밋짱은 나를 첫 번째라고 말해줬다. 난 누군가의 첫 번째가 된 적이 없었다. 야마다가의 가족은 진짜 가족이 아니다. 진짜 아버지는 모르고 진짜 엄마는 어릴 때 날 버렸다. 하지만 난 정말 행운아였다. 삼촌이 날 맡아주셨다. 진짜 자식처럼 항상 날 배려해 주셨다. 기뻤지만 조금 쓸쓸했다. 그래서 줄곧 생각했다. 나를 첫 번째로 좋아한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나타나면 좋겠다고. 그리고 나도 그 사람을 제일 좋아하면 그거야말로 정말 기적이니까. 밋짱, 기적을 줘서 고마워. 밋짱, 첫 번째로 사랑해.” 나는 여전히 이 대사를 보면 눈물이 난다.
새드엔딩을 싫어하지만 영원한 어제는 다시 보고 싶을 정도로 좋아하는 벨드이다. 슬픔이 가슴을 파고들어 눈물이 나기도 하지만 전개방식이 독특해서 새드라기보다는 청게물 느낌이 난다. 코이치와 미츠루의 로맨틱한 장면은 성적 긴장과 사랑으로 가득해서 셀렘을 안겨준다.
코미야 리오 & 이노우에 소라의 케미스트리는 매우 좋다. 둘 다 연기도 너무 잘한다. 특히 코미야 리오의 섬세한 연기는 그야말로 미쳤다고 생각될 정도로 놀랍다. 세밀한 뉘앙스로 많은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코미야의 섬세한 표정 연기가 압권이다. 이노우에의 연기도 좋지만 코미야의 연기엔 별도의 찬사를 보내고 싶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은 우리의 기억 속에 살아 있는 한 진정으로 죽은 것이 아니다. 미츠루는 이제 코이치를 기억하며 추억 속에서 코이치와 공존하는 법을 배울 것이다. 그리고 다시 웃고 사랑하게 될 것이다.(5점 만점에 5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