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첫사랑(消えた初恋 / My Love Mix-Up! / Kieta Hatsukoi) ∥ 일본BL드라마, 청게물, 학원물, 로맨스, LGBTQ+ ∥ 10부작 ∥ 2021.10.09.~12.18. ∥ 15+등급 ∥ 원작만화 : 그림 아루코 / 글 히네쿠레 와타루 "My Love Mix-Up!" ∥ 각본 : 쿠로이와 츠토무 ∥ 감독 : 쿠사노 쇼고 / 호라이 타다아키 ∥ 출연배우(등장인물) : 미치에다 슌스케, 道枝駿佑(아오키 소타) / 메구로 렌, 目黒蓮(이다 코우스케) / 후쿠모토 리코, 福本莉子(하시모토 미오) / 스즈키 진, 鈴木仁(아이다 하야토) / 니시가키 쇼, 西垣匠(Nakabayashi) 등)
‘사라진 첫사랑(消えた初恋)’은 예쁜 얼굴의 미치에다 슌스케와 남성미가 물씬 느껴지는 잘생긴 메구로 렌의 얼굴만으로도 이미 만족스러운 드라마다. 미치에다 슌스케는 천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아이돌이란 뜻의 ‘천년남돌(천년돌)’이라고 불린다. 원작만화에서 툭 튀어나온 것 같은 메구로 렌과 미치에다 슌스케의 케미스트리가 가슴 설렐 정도로 좋다.
아오키는 옆자리에 앉은 하시모토를 짝사랑한다. 어느 날 아오키는 하시모토에게 빌린 지우개를 실수로 떨어뜨린다. 앞자리에 앉은 이다가 지우개를 지워주려다가 지우개에 ‘이다군♥’이라고 써 있는 걸 보고 만다. 지우개에 짝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적은 후 그 지우개를 다 쓰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미신을 믿고 하시모토가 적어 놓은 것이다.
실연의 아픔도 잠시 뒤로 미루고 아오키는 하시모토의 짝사랑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에 지우개를 하시모토에게 빌린 거라고 말하지 않는다. 덕분에 이다는 아오키가 자신을 좋아하고 있다고 오해하게 된다.
그 후 이다와 아오키는 옥상에서 만난다. “어느새 좋아하게 된 거야. 이유 같은 건 없어.” 아오키가 ‘하시모토’라는 주어를 생략하고 말하는 바람에 이다의 오해는 더욱 깊어진다. 이다는 아오키에게 “잘 생각해 볼 테니까 기다려줘.”라고 진지하게 말한다. 아오키를 의식하게 된 이다는 눈으로 계속 아오키를 쫓게 된다. 이다는 보면 볼수록 배려심 많고 착하고 친절한 아오키에게 호감이 생기기 시작한다.
하지만 오해는 오래가지 않는다. “착각이라서 다행이다. 나도 이제 후련해졌어.” 이렇게 말하면서도 이다는 자꾸만 아오키가 신경 쓰인다.
아오키는 이다의 오해가 풀린 뒤에야 자신이 이다를 좋아하게 됐다는 걸 깨닫는다. “돌이킬 수 없게 된 후에야 알게 됐다. 내가 너를 진짜 좋아했구나!” 하지만 이미 늦었다고 생각한 아오키는 이다에 대한 마음을 접으려 애쓴다. 그럴수록 아오키의 눈은 자신도 모르게 이다를 쫓는다.
오해는 풀렸지만 이다는 혼란스럽다. 이렇게 온통 한 사람에게 생각을 사로잡혀 본 적이 없다. 이다는 마음이 점점 무거워진다.
이다 : 최근에 고백을 받아서 진지하게 대답을 생각했는데 내 착각이었어. 잘 생각해 보니까 날 좋아한다고 말한 적은 없는 거 같기도 해.
친구 : 어쩌다 그런 착각을 했어? 좋아하는지 어떤지는 딱 보면 분위기로 알잖아.
이다 : 모르겠던데.
친구 : 넌 그 애가 좋았구나?
이다 : 아니!
친구 : 좋다고 해야지. 이다 코우스케는 옛날부터 이런 데 둔감했지.
이다 : 둔감하다고 해도... 좋아한다는 건 뭐지? 아직도 난 잘 모르겠어. 그래서 알고 싶었어.”
이다는 누군가를 좋아해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감정이 어떤 건지 알고 싶었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어떻게 되는지도 알고 싶었다. 이다에겐 그 사람이 여자든 남자든 중요하지 않다. 그래서 아오키에 대한 마음을 진지하게 생각해 보기로 했던 거였다.
이다가 너무 좋은 아오키는 고민을 거듭하다가 결국 이다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기로 한다. 수련회 마지막 날 아오키는 이다를 불러내 고백한다.
아오키 : 지우개 일도 처음엔 착각이었는데 네가 진지하게 생각해 줘서 좋은 녀석인 걸 알았어. 난 그때 실연당한 직후라서 너의 다정함이 깊이 와 닿았어. 그래서 널 진짜로 좋아하게 됐어. 이제 와 말해도 믿어주지 않겠지만 그냥 단칼에 차 줘. 더는 민폐 안 끼칠 테니까.
이다 : 진심인 건 충분히 전해졌어. 사귀어 볼까?
아오키 : 뭐? 그게 무슨 소리야? 혹시 머리 다쳤어?
이다 : 무슨 말이 그래? 좋아한다고 말해주니까 기쁘기도 하고 널 그냥 내버려 둘 수가 없어.
아오키 : 뭐? 내버려 둘 수 없다고? 겨우 그거야? 진지하게 생각해 본다더니?
이다 : 생각했어. 생각해 봤더니 결국 생각해도 알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어.
아오키 : 그게 뭔데? 너 바보야?
이다 : 날 진심으로 좋아한다고 말해줘서 답하고 싶었어. 그런 이유로 너와 사귀면 안 되는 거야?
아오키 : 안 되는 건 아니야.
아직 좋아한다는 게 뭔지 모르겠지만 이다는 아오키의 고백을 받으니 기쁘다. 이다는 아오키와 사귀면서 아오키를 자꾸만 챙겨주고 싶어진다.
이다는 배구시합을 하러 갔다가 상대편 매니저인 마츠우치에게 좋아한다는 게 어떤 건지를 듣게 된다. “나랑 얘기하는 중에도 전혀 집중 못 했잖아. 계속 눈으로 쫓게 되고 ‘지금 뭐 하고 있을까?’ 생각하게 되잖아.” 이런 게 좋아한다는 건 줄 몰랐다. 그래도 여전히 이다는 ‘좋아한다’는 느낌을 잘 모르겠다. 그래도 분명한 건 아오키와 함께 있고 싶다는 것이다.
이다 : 응, 깨달았어. 좋아한다는 건 비교하거나 그러는 게 아니란 걸.
아오키 : 그게 무슨 소리야?
이다 : 그냥 알 거 같더라고. 좋아한다는 감정을. 나, 널 좋아하는 걸까?
아오키 : 뭐? 나한테 묻지 마.
이다 : 너의 그런 솔직한 점이 좋아. 사귀자고 하기엔 너무 일렀는지도 모르지만 나는 언젠가 너랑 그렇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해.
아오키 : 네가 어떤 마음인지 말해줘서 고마워. 나도 언젠가 네가 진심으로 사귀자는 말을 해주는 날이 오면 좋겠다고 그렇게 생각해.
먼저 반한 사람이, 좋아한다고 말한 사람이 약자인 걸까? 아오키는 이다와 사귀게 되면서 무덤덤한 이다의 얼굴이 자꾸만 신경 쓰인다. 도무지 이다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사귀면 행복하고 즐거워야 할 것 같은데 걱정만 늘어난다. 누군가와 처음으로 사귀게 된 아오키는 혼란스러워진다.
아오키는 이다와 더욱 함께 있고 싶고 입맞춤도 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이다는 그런 것 같지 않다. 가슴이 아픈 이다는 결국 아오키에게 이별을 선언한다. “그냥 헤어지자. 어차피 제대로 사귄 것도 아니지만. 어쨌든 우린 끝이야. 안녕.” 이 말을 듣고서야 이다는 ‘좋아한다’는 게 어떤 건지 깨닫는다. 그리곤 이번엔 이다의 고백으로 진짜로 사귀는 사이가 된다.
이다 : 역시 넌 대단해. 자신의 마음을 잘 알고 솔직히 말할 수 있잖아.
아오키 : 뭐가 대단해. 자기 마음인데 당연히 알지.
이다 : 이상한 녀석. 나도 확실히 알았어. 나, 정말로 네가 좋아.
아오키 : 그렇지만 날 놀리고 바보 취급 했잖아.
이다 : 그런 적 없어. 네 반응이 보고 싶어서 그런 거야. 네가 부끄러워하거나 당황하는 모습이 귀여워서. 네 그런 얼굴을 볼 때면 항상 가슴이 답답해져. 친구에겐 이러지 않아. 난 널 좋아하는 거야. 미안해, 오래 걸려서. 아오키, 나랑 다시 한번 사귀어 줄래?
‘사라진 첫사랑(消えた初恋)’은 몇 번이나 다시보기를 해도 재밌는 작품이다. 그만큼 중독성이 강하다. 개방정스럽고 오지랖 넓은 아오키와 진지하고 둔한 이다의 순수함을 미치에다 슌스케와 메구로 렌이 참 잘 살려냈다. 이 드라마의 인기를 증명하듯 얼마 전 ‘My Love Mix-Up!(2024)’이란 동명의 제목으로 태국에서 리메이크하여 방송했다. 주연은 쩸폿(GeminiFourth)이 맡았다. 개인적으로 난 리메이크작보다 원작이 훨씬 더 재밌다.(5점 만점에 5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