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처럼(Jazz for Two) ∥ 한국BL드라마, 학원물, 청게물, 하이틴, 로맨스, LGBTQ+ ∥ 8부작 ∥ 시네마천국 2024.03.26.~03.29. ∥ 15+등급 ∥ 원작 : 클라쥬의 웹툰 ‘재즈처럼’ ∥ 극본 : 송수림 / 김유섭 ∥ 감독 : 송수림 / 강혜림 ∥ 출연배우(등장인물) : 지호근(한태이) / 뉴키즈 김진권(윤세헌) / OMEGA X 송한겸(서도윤) / 김정하(송주하) / 성태(한태준) / 고재현(윤세진) / 김민아(송주희) / 조정환(상진) / 서석규(은상) / 정유하(담임) / 송성규(준규) / 소윤호(정신과 의사) / 김재한(까메오) / 신예찬(까메오) 등)
‘재즈처럼(Jazz For Two)’은 일단 순정 만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배우들의 잘생김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 줄거리
◎ 한태이 & 윤세헌
세헌의 아빠는 명문 음대 교수이고 형 세진은 그 명문대의 최우수 장학생이자 촉망받는 피아니스트이다. 세헌은 수면 시간과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는 클래식 피아노 연습을 하지만 아빠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1년 동안 홈스쿨링을 받은 세헌은 드디어 다시 학교에 갈 수 있게 된다. 사실 세헌이 좋아하는 건 재즈다. 세헌은 아빠 몰래 유튜브를 틀어 놓고 이어폰을 낀 채 책상을 두드리며 재즈 연습을 하곤 한다.
등교 하루 전에 책을 받으러 간 세헌은 학교를 둘러보다가 ‘제1 연습실’이라는 명패가 붙은 교실에 들어간다. 교실 한켠에 낡은 피아노가 먼지를 뒤집어쓴 채 놓여 있다. 건반을 눌러보니 아직 꽤 쓸만하다.
태이는 형이 자살한 후 상실감에 빠져 있다. 태이는 ‘제1 연습실’에서 재즈 반주를 해주던 형의 꿈을 꾸곤 한다. 학교 벤치에서 잠이 들었다 깬 태이는 연습실에서 피아노 소리가 들려오자 그쪽으로 달려간다. 연습실 문을 열자 누군가 피아노를 치고 있다. 뒷모습이 형의 모습과 오버랩된다. “너 누구야?” 피아노를 치는데 심취한 세헌인 태이의 말을 듣지 못한다. 태이가 세헌의 멱살을 잡고 일으킨다. “한 번만 더 여기서 피아노 치면 죽여버린다! 꺼져!”
태이는 형의 꿈을 꾸다가 깨면 다시 잠이 오지 않는다. 수면제를 먹어도 소용이 없다. 흐릿했던 기억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다. 밖으로 나가 달려봐도 소용이 없다. 조금은 지워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형이 꿈속에 선명하게 나타난다. 연습실에서 반주하던 그 녀석 때문인 걸까?
세헌은 연습실에서 태이에게 제대로 반격하지 못한 자신에게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 책상만 두드리다가 직접 피아노로 재즈를 치니 너무 좋았다. 다음날 세헌은 2학년 1반에 들어가 급우들에게 인사를 하려다가 태이를 발견한다. 세헌과 태이의 눈이 마주친다. 둘의 눈빛이 엉킨다.
세헌은 도윤의 옆자리에 앉게 된다. 학교 안내를 해주던 도윤은 제1 연습실이 귀신 나오는 연습실이라며 아무도 가지 않는다고 말해준다. 피아노 연습실은 예약을 해도 거의 한 달을 기다려야 한다. 집에선 아버지 때문에 재즈 연습을 할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세헌은 방과 후에 태이의 눈을 피해 제1 연습실로 향한다.
태이는 계속 세헌이가 묘하게 거슬린다. 도윤을 통해 세헌이가 재즈를 좋아한다는 소리를 들으니 더욱 거슬린다. 그런데도 계속 시선이 세헌에게 향한다. 하굣길에 태이는 주희가 기다리는 모습을 발견하곤 되돌아간다. 그런데 제1 연습실에서 피아노 반주 소리가 들린다. 태이는 연습실로 가서 막무가내로 세헌의 손목을 부러뜨릴 것처럼 움켜쥐고 피아노 치면 죽여버릴 거라며 꺼지라고 소리친다.
세헌이 태이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죽어도 피아노를 칠 거라고 외친다. 이 말에 태이가 움찔한다. 형도 생전에 피아노만 치다 죽어도 좋다고 했었다. 이 녀석이 또 형을 떠오르게 한다. 멈칫한 태이를 세헌이 강하게 뿌리치다가 넘어지려 하자 태이가 반사적으로 세헌을 보호하듯 몸을 감싼다. 덕분에 세헌은 태이의 몸 위로 넘어진다. 태이는 자세를 뒤집어 세헌의 손목을 움켜쥔다. 태이의 뒤를 따라온 주하는 태이와 세헌이 옥신각신하는 걸 보자 의미심장하게 웃는다. “윤세헌? 걔 좀 귀엽더라.” 주하는 태이를 자극하듯 말을 던진다.
다음날 태이는 손목에 압박붕대를 감은 세헌을 보자 마음이 불편해진다. 세헌이 연습실에서 계속 반주를 할 거라고 하자 태이는 세헌의 연주가 별로라서 듣기 싫다고 한다. 세헌이 제대로 들어보라며 태이 앞에서 재즈를 반주한다. 입가에 미소를 짓고 반주하는 세헌의 얼굴 위로 또다시 형의 얼굴이 오버랩된다. “역시 마음에 안 들어. 별로야. 네 맘대로 해. 상관없으니까. 여기서 연주를 하든 말든.” 세헌은 분명 형과 닮았다. 별로라고 했지만 태이는 사실 세헌의 반주를 더 듣고 싶었다.
다음날 세헌은 학교에 오지 않는다. 태이의 시선이 세헌의 빈자리로 향한다. 왜 자꾸 세헌이가 신경 쓰이는지 모르겠다. 방과 후 태이는 연습실로 향한다. 안에서 세헌과 주하의 목소리가 들린다. 문을 벌컥 열자 피아노 의자 위에 세헌과 주하가 나란히 앉아 있다. 주하의 왼손은 세헌의 허리 위로 올라가 있다. 그순간 태이의 눈에 힘이 들어간다.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오른다. 세헌은 왜 태이가 그토록 화를 내는 건지 몰라 혼란스러워 한다.
합주 실기를 봐야 하는데 세헌은 조를 구하지 못한다. 걱정하는 세헌에게 주하가 조원을 소개시켜 주겠다며 주말에 노래방에서 만나자고 한다. 노래방에 가보니 주희와 태이가 와 있다. 주하는 태이를 자극하기 위해 세헌에게 성희롱을 한다. 주먹을 꽉 쥐고 참고 있던 태이는 결국 세헌의 손목을 잡고 끌고 나간다.
태이는 주하가 건드리는데 왜 병신처럼 가만 있냐며 화를 낸다. 왜 화를 내는지 의도를 모르겠다는 세헌에게 태이는 “너 때문이야.”라고 말한다. 태이와 주희는 주하의 모습에 화가 나서 나가버린다. 세헌도 가야겠다며 일어선다. 세헌을 바래다주겠다며 따라 나선 주하는 계속해서 세헌에게 성희롱을 한다. 다행히 이 상황을 보게 된 도윤 덕분에 세헌은 주하에게서 벗어난다.
태이는 형이 죽은 후부터 정신과에서 애도 상담을 받고 있다. 꿈속에서 형이 피아노를 치고 있다. 예전처럼 모든 게 자연스럽고 편안한데, 어느 순간 불안하고 이질적인 느낌이 들면 심장이 미친 듯이 두근거리면서 형이 사라진다. 세헌이가 전학 온 때부터 그랬다. 세헌은 형과 비슷하다. 피아노를 치는 것도, 말하는 것도, 좋아하는 것도 비슷하다. 의사가 그 친구에게 어떤 감정을 느끼는 건 아니냐고 묻자 태이가 발끈한다.
다음날 태이는 세헌을 보자 제1 연습실로 데려가선 반주를 해보라고 시킨다. 자신이 세헌에게 무슨 감정을 느끼는지 확인해보고 싶다. 세헌의 반주를 듣던 태이가 깜빡 잠이 든다. 잠든 태이를 가만히 바라보던 세헌도 궁금해진다. ‘궁금해. 뭐가 나 때문인지. 조금 더 알고 싶어.’ 과연 태이와 세헌은 어떻게 될까?
◎ 송주하 & 서도윤
공원에서 주하가 세헌의 볼에 뽀뽀하려는 장면을 목격한 도윤은 세헌을 먼저 집으로 돌려보낸다. “주하형, 원래 이런 사람 아니잖아요. 제발 그만 하시라고요.” 이 말을 듣자 주하가 도윤의 멱살을 잡으며 말한다. “선 넘네. 이 새끼가!” 주하는 그런 도윤의 입술에 키스한다. 놀란 주하가 도윤의 얼굴에 주먹을 날린다.
1년 전이었다. 도윤이가 다른 학교 일진들에게 맞고 있을 때 주하가 나타나 도윤일 구해줬다. 그때 손을 내밀어준 주하의 모습은 너무 따뜻했다. 도윤은 주하를 만나기 위해 선배들이 농구할 때 주하에게 다가가 같이 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주하는 도윤의 얼굴도 이름도 기억하지 못했다. 그래도 농구엔 끼워줬다.
주하에겐 2살 어린 여동생이 하나 있다. 어느 날부터인가 주희는 좋아하는 태이가 눈길조차 주지 않자 태이 때문에 자주 울었다. 가족은 여동생 하나뿐이었던 주하는 그때부터 변해버렸다. 태이를 볼 때마다 강한 적대감을 드러냈지만 태이는 그런 주하조자 무시했다.
화가 난 주하는 태이 대신 태이와 친한 도윤에게 발길질하며 폭력을 휘두르곤 했다. 태이의 심기를 건드리기 위해서였다. 그래도 주하는 태이에게 말하지 않았다. 도윤은 주하가 구해주던 그 순간부터 주하를 쭈욱 좋아해 왔다.
도윤은 여느 때처럼 선배들과 농구를 하기 위해 농구장으로 향한다. 주하가 도윤을 보자 화를 내며 자리를 피한다. 도윤이 주하의 교실로 찾아가자 주하는 왜 교실까지 찾아오냐며 미친 듯이 화를 낸다. 정말 형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도윤에게 주하는 멱살을 잡고 닥치라며 소리친다. 도윤이 진심이라고 하자 주하는 더러우니까 닥치라며 혐오성 발언을 쏟아낸다. 상처 입은 도윤은 무슨 의미인지 알겠다고 말하곤 가버린다.
그때부터 도윤은 선배들과 농구를 하다가도 주하가 나타나면 쳐다보지도 않고 자리를 피한다. 주하의 심장이 찌릿하고 아파온다. 주하는 도윤이 “이제 아는 척 안 할게요.”라고 했던 말이 자꾸만 생각난다. 기분이 너무 거지같다. 그때 주하에게 앙심을 품었던 다른 학교 일진들이 주하를 끌고 가 마구 발길질하며 때린다. 주하는 그제야 도윤이 누군지 기억난다. 1년 전 그때 자신이 구해줬던 그 녀석이다.
주하는 이번에도 모른 척하고 지나가는 도윤의 손목을 잡고 이름을 부른다. “이름을 부르면 대답이라도 해.” “제가 더럽다면서요?” 도윤은 상처투성이인 주하의 얼굴을 보자 놀란다. “얼굴 왜 이래요?” “넌 왜 이러는데? 대체 나한테 왜 이러냐고? 넌 이게 쉬워? 이젠 평범해질 수가 없잖아! 이런 거 존나 더럽고 이상하다고! 근데 네가 날 없는 사람 취급하는 게, 그게 더 힘들어!”
그랬다. 늘 웃는 얼굴에 좀처럼 속을 알 수 없는 도윤인 어딘가 이상한 녀석이었다. 계속 내 주위를 맴도는 게 신경 쓰였다. 그땐 몰랐다. 모두가 날 불편하게 여기는 데도 도윤인 천진하게 다가왔다. 그게 거슬려서 몇 번이고 피해버렸다. 알고 있었다. 내 감정을 앞세워 도윤일 상처 줬을 때도 날 믿어줬던 건 도윤이었다. 정작 뒤틀려 있던 건 나였다.
“알겠어요. 이제 형 무시 안 할게요.”라고 말하며 도윤이가 다시 웃는다. “고백하지 마. 이 새끼야!” “고백도 안 하고 키스, 뽀뽀도 안 할 테니까 잠시만 있어요.” 도윤이가 주하를 힘껏 안아준다. 주하도 도윤의 어깨에 머리를 묻고 조심스럽게 도윤의 허리를 감싸 안는다. 과연 주하와 도윤은 어떻게 될까?
● 감상
○ 가족이라곤 형 하나뿐이었던 태이에게 태준의 죽음은 커다란 고통과 슬픔을 안겨 준다. 상실감에 빠진 태이는 분노, 죄책감, 슬픔, 혼란 속에서 잠을 이루지 못한 채 정신과 의사에게 상담을 받고 약을 먹는다.
상실에 대한 반응은 ‘부인(‘이건 사실이 아니야!’ 망연자실하고 혼란스러움)->분노(‘왜 형은 그런 선택을 한 거지?’ 대상은 자기 자신, 형 등 다양)->협상(‘내가 형의 죽음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자책감)->우울(무기력, 슬픔, 공허함 등의 상태)->수용(현실을 인식하고 형의 죽음을 받아들임)’ 과정을 거친다. 단계가 순차적일 수도 있고, 혼합될 수도 있고, 한꺼번에 나타나기도 한다.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하다가 회복하게 되는 것이다.
태이는 애도 상담을 받으면서 이런 단계를 거치는 중에 세헌을 만나게 된다. 그러면서 형의 죽음을 좀 더 일찍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 지호근(한태이)과 김정하(송주하)는 배우이고, 진권(윤세헌)과 송한겸(서도윤)은 아이돌이다. 지호근과 김정하의 안정적인 연기가 김진권과 송한겸의 연기를 보완해준다. 두 커플 모두 케미스트리도 좋다. 덕분에 커져가는 감정에 쉽게 몰입할 수 있다.
○ 지호근이 참 잘생겼다. 특히 눈빛이 살아 있다. 지호근이 나를 태이처럼 쳐다본다면 머릿속이 하얘질 것 같다. 김정하의 혼란스러움과 두려움이 혼합된 눈빛도 좋다. 김정하가 메인커플로 나오는 BL을 보고 싶다.
○ 재즈는 클래식과 다르게 감성이 풍부하고 명확한 정의가 없는 음악이다. 즉흥 연주로 자유로움을 표현할 수도 있다. 음악은 말이 흔들릴 때 영혼에 말을 걸어 쉽게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전달한다. 재즈는 스스로의 자유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태이, 세헌, 주하, 도윤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배경이 된다. 특히 태이의 슬픔과 세헌의 꿈을 역동적으로 보여준다.
○ 회를 거듭할수록 태이, 세헌, 주하, 도윤은 성장한다. 여전히 동성애 혐오가 만연한 한국 사회에서 남자인 자신이 남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건 어렵다. 세헌과 도윤은 태이와 주하의 분노 이면에 무엇이 감춰져 있는지 찾아낸다. 그리곤 결국 사랑으로 이끈다. 주하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도윤의 도움으로 잘 극복해낼 것이라 믿는다.
○ ‘Jazz for Two’는 슬픔, 가족 갈등, 우정, 성정체성 혼란, 동성애 혐오, 사랑, 음악, 콤플렉스 극복, 애도, 성장 등의 주제를 탐구한다. 태이는 형의 자살로 인한 상실감을 극복한다. 태준이 왜 자살했는지와 우울증의 어둠도 파헤친다. 태이&세헌, 주하&도윤의 새로운 시작, 수용, 가능성도 보여준다. 해피엔딩이어서 좋다.
○ 처음부터 플러팅을 해댄 건 태이인데 세헌의 키스에 대한 태이의 반응은 너무 실망스럽다. 더군다나 재즈바 앞에서 세헌에게 한 태이의 행동은 끔찍할 정도로 폭력적이다. 그런 반응을 한 것치고는 태이가 성정체성 혼란에서 너무 빨리 벗어난 게 엄청 당혹스럽다. 게다가 그런 태이를 너무 쉽게 용서한 세헌 또한 공감하기 어렵다. 맥락의 흐름이 너무 급작스럽다.
특히 180도로 바뀐 태이와 세헌의 다정한 관계는 민망할 정도로 적응하기 어렵다. 8부작 안에 두 커플의 이야기를 담아내야 해서 서사적으로 섬세하게 처리하기 어려웠던 것 같다. 차라리 태이&세헌 커플에만 집중했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 주하와 도윤의 서사가 불친절하다. 주하의 성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깊이 파고들면서 도윤과의 관계 발전에서 주하가 왜 그렇게 화를 냈는지 좀 더 구체화했더라면 좋았겠다. 사실 BL드라마라고 해서 모든 커플이 다 BL일 필요는 없다. 주하와 도윤은 그냥 선후배로 남겨 놓고, 태이와 세헌의 서사를 좀 더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게 그려내는 게 좋지 않았을까?(하지만 사실 주하&도윤의 서사도 버리긴 아깝다. 스핀오프로 하나 더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
○ 요즘엔 BL에서 키스신을 찍을 때 가짜 키스를 하면 욕먹는다. 차라리 키스신이 없느니만 못하다. 특히 주하&도윤의 키스신은 너무 아니다. 그럴 거면 그냥 볼이나 이마에 키스하자. 그나마 태이와 세헌의 마지막 키스신이 실감 나서 다행이다.(5점 만점에 4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