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드냅(Kidnap / ลับ-จ้าง-รัก) ∥ 태국BL드라마, 로맨스, 납치 범죄, LGBTQ+ ∥ 12부작 ∥ 2024.09.06.~11.22. ∥ 13+등급 ∥ 각본 : PingPong Suwanun Pohgudsai / Chalermpong Udomsilp, Sornpanath Patpho / Nontachai Vinyousupornchai ∥ 감독 : Noom Attaporn Teemarkorn ∥ 출연배우(등장인물) : Ohm Pawat Chittsawangdee(Min) / Leng Thanaphon U-sinsap(Q) / Ohm Thipakorn Thitathan(Mhen) / Chelsea Napapat Sattha-atikom(jeen) / Papang Phromphiriya Thongputtaruk(Suea) / Title Kirati Puangmalee(James) / Tee Teeradech Vitheepanich(Third) / Lift Supoj Janjareonborn(Q's father) / Pym Pympan Chalayanacupt(Yada) 등)
‘키드냅’은 옴(Ohm)이 주연을 맡은 작품이라서 기대가 컸다. 옴은 ‘Make It Right(2016)’부터 애정을 갖고 있던 배우여서 더욱 그랬다. 옴의 연기는 좋았지만 상상력이 부족한 각본이 예고편의 기대를 산산이 무너뜨려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 줄거리
동생 멘(Mhen)의 막대한 병원비 때문에 사채빚까지 끌어 써서 사채업자에게 쫓기는 민(Min)은 여전히 의료비를 지불할 돈이 없다. 스턴트 일을 주선해주는 민의 선배 제임스(James)는 절박한 민에게 불법적인 일을 주선한다. 어쩔 수 없이 민은 고위급 경찰 아들 큐(Q)를 납치한다. 고용주는 납치에서 끝나지 않고 인질을 죽여야만 돈을 주겠다고 명령한다.
민은 큐가 죽은 것처럼 꾸며 사진을 전송하고 돈을 받는다. 누군가 큐를 죽이려 한다는 걸 알게 된 민은 큐를 염려하여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감금한다. 민은 큐를 데리고 있으면서 큐가 어릴 적 트라우마로 인해 심리적인 문제를 갖고 있으며 몽유병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큐에게 연민이 생긴 민은 큐를 어르고 달래며 살뜰하게 돌본다. 몽유병에 대해 공부하곤 자신과 큐의 손목을 묶어 밤에 제멋대로 돌아다니는 큐를 보호하기도 한다. 과연 민과 큐는 어떻게 될까?
● 감상
민을 연기한 옴의 연기는 생각대로 매우 좋다. 민은 희생적이고, 배려심 많고, 보호적이고, 용감하다. 남동생의 병원비를 위해서 불법적인 일까지 하게 되지만 워낙 착한 성품이라 돈을 위해 극악무도한 짓은 하지 못한다. 덕분에 자신이 납치했던 인질을 집으로 데려와 마치 아들을 입양한 것처럼 살뜰히 챙겨준다. 스턴트맨 일에 진지하면서도 장난기 많은 민이란 캐릭터가 옴의 연기로 인해 그나마 살아난다.
반면에 키드냅이 첫 주연인 렝(Leng)의 연기는 긴장한 듯 어색하고 뻣뻣하다. 특히 민이 큐의 귀를 가릴 때 짜증 내는 것 같은 표정 연기가 더욱 그렇다. 그렇다고 옴렝(OhmLeng)의 케미스트리가 좋지 않은 건 아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렝의 연기가 조금 편안해지면서 둘의 케미스트리가 살아난다. 이 또한 옴의 멜로 눈빛과 탄탄한 키스 연기 덕분이다. 물론 어색한 키스신도 종종 있지만 아마도 연출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어릴 적 엄마와 함께 납치되었던 큐는 엄마의 죽음을 목격하고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이것이 아버지의 직업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큐는 아버지가 자신에게 무관심한 것 같아 분노한다. 자신을 사랑하고 보호하고 돌보는 사람을 강력히 원하는 큐는 자신을 아기처럼 돌보는 민에게 순식간에 빠져든다.
그런데 ‘키드냅’은 이렇게 순식간에 진행되는 민과 큐의 로맨스가 문제다. 악당이 큐를 죽이려 하고, 큐가 트라우마와 몽유병을 앓고 있는 걸 제외하면 민과 큐는 거의 유대감을 갖지 못한다. 이 둘은 납치범과 인질이라는 것 외에 서로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 민이 큐에 대해 알게 되는 건 6회에서야 가능하다.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기 위해 서로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할 기회가 주어졌더라면 어땠을까? 작가의 능력 부족으로 너무 쉽게 쉽게 가려는 느낌이다.
큐가 가끔 저지르는 멍청한 짓은 짜증을 불러일으킨다. 큐는 자신을 죽이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거리를 헤매거나 민을 따라 창고로 들어가기도 한다. 큐의 생각없는 행동은 큐 자신뿐만 아니라 민까지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만든다.
이해되지 않는 장면들도 많다. 큐의 아빠는 아들이 다른 사람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며 아들을 데려가겠다고 말하곤 민에게 거액을 건네준다. 하지만 민이 돈을 거절하고 큐의 곁에 남기로 하자 큐의 아빠는 어이없게도 그냥 돌아간다. 사실 이 상황에선 큐의 아빠가 큐만 데려가는 것이 아니라 큐, 민, 멘 세 명을 모두 안전한 곳으로 보내야 하지 않았을까?
민의 행동도 이해하기 어렵다. 민은 큐와 멘을 데리고 안전한 곳으로 도망가는 대신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행동한다. 마치 그 누구에게도 위협받지 않는 것처럼 느긋하고 평화롭다. 큐의 음악 스튜디오로 가서 키스나 나눌 때가 아닌데 말이다. 민이 큐와 멘을 데리고 도망치지 않은 덕분에 큐는 죽을만큼 폭력을 당하고 멘은 욕실에서 공포에 빠져 정신을 잃을 지경에 놓인다.
급격히 진행되는 로맨스만큼이나 빌런인 야다의 문제 또한 너무 쉽게 해결돼 버린다. 큐의 아빠와 야다의 갈등은 긴박감을 주지 못하고 잘 전개되지도 않는다. 게다가 야다의 죽음은 통쾌하기보다 어이없다. 뜬금없는 초코파이 PPL은 헛웃음이 터지게 만든다.
여하튼 각본이 하나하나 지적하기 어려울 정도로 총체적 난국이다. 물론 민과 큐의 달콤한 순간도 꽤 있긴 하다. 하지만 진부하고 허점 투성이에 상상력이 부족한 각본을 귀여운 로맨스로 막아내긴 어렵다. 플롯, 톤, 페이싱, 전반적인 실행이 지루해서 12화까지 포기하지 않고 시청한 내가 대단하다. 아마도 옴이 아니었다면 중도 포기했을 것이다.(5점 만점에 2.5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