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가니별포(哥哥你别跑, Stay With Me) 네가 어디 있든 ∥ 중국BL드라마, 학원물, 로맨스, LGBTQ+ ∥ 24부작 ∥ 2023.07.07.~08.12. ∥ 15+등급 ∥ 원작소설 : 차이지단(柴鸡蛋)의 ‘니아상은료(你丫上瘾了, Are You Addicted?’) ∥ 각본 : 차이지단 ∥ 감독 : 소소신 ∥ 출연배우(등장인물) : 서빈, 徐滨(우비) / 장형민, 张炯敏(쑤위) / 박이길특, 博尔吉特, 조백이, 赵柏尔(모이) / 오승택, 吳承澤(마오충) / 소환, 萧焕(한보쾅) / 손이신, 孙伊晨(리둬) / 양삭, 杨烁(쑤위 아빠) / 고재기, 高梓淇(우비 아빠) / 주자암, 朱子岩(쑤위 엄마) / 김우미, 金尤美(예완잉) 등)
‘가가니별포(哥哥你别跑, Stay With Me)’는 ‘벨드 상은’의 리메이크작으로 알려져 있지만 차이지단의 BL소설을 각색하여 제작했다는 것이 더 맞을 것 같다. 각본도 차이지단이 직접 썼다. 중국은 브로맨스, 형제애, 지기애 등을 가장한 탐개극조차도 방영하기 어려운 여건이다. 그나마 가가니별포는 대만 플랫폼을 통해 방영해서인지 BL을 묘사한 장면들을 엿볼 수 있다. 아무리 가가니별포를 ‘친구애’와 ‘가족드라마’로 포장하려고 해도 우비와 쑤위가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는 건 숨겨지지 않는다.
● 줄거리
어릴 적 엄마가 집을 나간 뒤 아빠와 단둘이 사는 쑤위는 가난하지만 전교 1등을 한 번도 놓친 적이 없다. 진지하고 냉담한 쑤위는 매우 내성적이며 공부 외에는 관심이 없다. 효심 깊은 쑤위는 착하고 순진하고 남을 잘 믿어서 사기를 잘 당하는 아빠에게 사람을 너무 믿지 말라고 화를 내곤 한다. 그런 부자의 모습엔 사랑이 듬뿍 담겨 있어서 훈훈하고 따듯하다. 재력가와 재혼한 엄마는 쑤위를 데려가고 싶어하지만 쑤위는 자신과 아빠를 버리고 간 엄마를 완강히 거부한다.
우비의 엄마는 우비가 어릴 적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우비는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부터 새엄마와 아빠가 불륜관계였다고 생각하고 있다. 여전히 엄마가 그리운 우비는 새엄마가 친엄마의 자리를 대신하는 걸 받아들일 수 없다. 우비와 전혀 소통할 줄 모르는 강압적인 아빠는 우비가 무례하고 건방지다고만 생각한다. 새엄마가 자신의 아들을 우비가 다니는 사립학교로 전학시키고 싶어하자 우비는 아빠 몰래 공립학교로 전학을 가버린다.
쑤위의 반에 배정된 우비는 얼굴 생김새와 귀 뒤의 점까지 친엄마가 만든 조각상과 닮은 쑤위에게 관심이 생긴다. 게다가 엄마가 좋아하던 노래까지 부른다. 평소 감정 없어 보인다는 말을 싫어하는 쑤위는 우비가 자신과 조각상이 닮았다고 하자 기분이 상한다. 우비의 관심을 받으면서 쑤위는 우비의 괴롭힘에 힘들어한다.
우비는 자신의 이사를 도와준 친절한 아저씨가 쑤위의 아빠라는 걸 알게 된다. 쑤위와 티격태격하던 우비는 쑤위에게 잘해주기 시작한다. 쑤위네 집에서 밥까지 먹게 된 우비는 자신의 집과 너무 다른 쑤위네 집에서 편안함과 행복함을 느낀다. 쑤위를 좋아하게 된 우비는 엄청난 소유욕으로 쑤위에게 집착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우비는 쑤위가 새엄마의 아들이란 걸 알게 된다.
● 감상
◎ 서빈&장형민의 케미스트리가 좋다. 연기도 매우 자연스럽고 훌륭하다. 사랑의 눈빛, 소소하고 친밀한 순간들, 질투, 소유욕 등의 감정들을 놀랍도록 잘 연기해냈다. 우비와 쑤위가 적으로 시작해서 연인으로 변화하는 방식도 아주 잘 이루어졌다.
드라마가 전개됨에 따라 서로의 유대감이 강화되고 각자의 피난처가 된다. NC신과 키스신이 없어도 우비와 쑤위가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서로에 대한 진실하고 친밀함 감정이 충분히 느껴진다. 쑤위에 대한 우비의 무조건적인 사랑, 보살핌, 소유욕 등은 보는 내내 부러운 마음이 들게 만든다.
우비는 거만하고 차갑고 충동적이고 욱하는 성격처럼 보이지만 그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적 모습일 뿐이다. 우비 아빠는 쑤위 아빠처럼 다정하고 따듯한 지지자가 아니다. 아이는 부모의 사랑, 보살핌, 이해, 공감 등을 바탕으로 성장한다. 정서적 유대 없이 완강하고 비난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경우 불안함, 두려움, 자기혐오를 갖게 된다. 우비는 쑤위와 그의 가족들을 만나고 가까워지면서 마음을 열고 평온해진다. 그러면서 점차 긍정적인 방향으로 성장한다. 우비는 쑤위와 있을 때는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드러낼 수 있게 된다.
쑤위와 쑤위 아빠의 유대감은 훈훈하고 유쾌하고 사랑스럽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쑤위는 일찍 철이 들어서 힘들게 일하는 아빠에게 의지하지 않고 모든 걸 혼자 해결하려고 한다. 쑤위는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공부라고 생각하고 공부 외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러던 쑤위는 우비와 가까워질수록 여유로워진다. 쑤위는 우비 앞에서만은 자신의 욕구에 솔직해질 수 있게 된다.
◎ 차이지단이 고심해서 쓴 흔적이 엿보이는 각본, 캐릭터 설정, 연출, 편집, 음악 등 모든 면에서 수준 높게 제작됐다.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적절한 속도감으로 우비와 쑤위가 연인이 되는 과정과 소울메이트로서 서로를 완성하기까지의 과정을 잘 담아냈다.
대만 플램폿으로 방영했다곤 하지만 중국드라마이기에 검열을 아예 피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곳곳에서 BL의 향기를 듬뿍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한 제작진의 눈물겨운 노고가 느껴진다. 서로에게 끌리는 방식, 주고받는 눈빛, 서로의 손길, 볼키스, 포옹, 대사 속에 숨긴 은유, 소유욕, 질투, 야한 농담 등은 오히려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가가니별포가 BL임을 잊지 않게 만든다. 특히 ‘립밤’은 충분히 망상 속으로 빠뜨리기에 충분한 소재다. 직접적으로 육체적인 애정을 보여주지 않으면서도 사랑의 느낌을 표현한 아름답고 예술적인 드라마다.
◎ ‘가족 드라마’라는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워서인지 훈훈하고 따듯한 장면들이 많다. 뚜렷한 캐릭터 성장,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순간들, 후회와 미련 등을 통해 인생의 평범하고 보이지 않는 고난을 이야기하는 성숙미가 넘쳐난다.
◎ 결말을 왜 미완성으로 만들었을까? 중드 ‘상은’은 어쩔 수 없이 미완성으로 끝났다고 하더라도 ‘가가니별포(哥哥你别跑, Stay With Me)’까지 이딴 식의 결말을 만들어야 했을까? 충격적인 결말 때문에 한동안 망연자실했을 정도다. 시즌2가 꼭 나오길 기대한다.(5점 만점에 4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