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지상주의구역, 연지구(Love for Love’s Sake) ∥ 한국BL드라마, 판타지, 청게물, 로맨스, LGBTQ+ ∥ 8부작 ∥ 시네마천국 2024.01.23.~01.31. ∥ 15+등급 ∥ 원작 웹툰 : 화차(대원씨아이) ‘연애 지상주의 구역(Love Supremacy Zone)’ ∥ 각본 : 권초롱 ∥ 감독 : 김균아 ∥ 출연배우(등장인물) : 이태빈(태명하) / 차주완(차여운) / 고건한(작가 선배) / 오민수(천상원) / 차웅기(안경훈) / 문서우(안시아) / 주부진(명하 할머니) / 주종범(탁준호) / 박성규(탁준경) / 고유연(최진조) / 윤지안(명하 엄마) / 유태(여운 아빠) / 강서연(상원 엄마) 등)
‘연애지상주의구역(Love for Love’s Sake)’은 주인공 태명하가 소설의 내용을 기반으로 만든 게임 속에 들어가서 미션을 수행하는 판타지 BL드라마다. 태명하의 목표는 차여운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잘 만들어진 게임 컨셉은 마치 내가 태명하가 되어 게임 속에 뛰어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기발한 스토리 라인은 게임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태명하와 차여운의 로맨스를 녹여낸다.
● 줄거리
자신의 인생이 거지 같다고 생각하는 29살 태명하는 선배가 쓴 소설의 결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모두가 해피엔딩인데 최애 캐릭터인 차여운만 불쌍해지는 결말이다. 태명하의 투덜거림을 듣던 선배가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제안한다. “그럼 네가 바꿔줄래?” 술에 취한 명하가 잠들었다가 깨어난 곳은 고등학교 교실이다. 명하는 어렴풋이 선배의 제안을 기억해낸다. 앗! 이곳은 선배의 소설을 기반으로 만든 게임 속이다. 명하의 나이는 19살이고, 차여운과 같은 학교다. 명하에게 주어진 미션을 확인하려면 여운을 만나야 한다.
명하는 여운을 찾아 나선다. 여운인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상중이라 학교에 오지 않았다. 명하는 여운일 만나기 위해 집으로 달려간다. 간발의 차이로 명하는 옥상에서 뛰어내리려는 여운을 구해낸다. 그러자 여운의 얼굴 위로 미션이 뜬다. [차여운을 행복하게 만드세요.]
자신을 구해줬음에도 여운은 명하를 경계한다. 명하는 여운의 할머니 핑계를 대며 챙겨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둘러댄다. 내키지 않는 표정을 짓는 여운의 얼굴 위로 호감도가 뜬다. [호감도 –20] 그러자 여운에게 위험한 일이 일어난다. 다행히 명하의 재빠른 대처로 위기를 모면한다.
이것으로 호감도가 마이너스일 때 명하가 여운의 근처에 있으면 디버프가 일어나서 여운이가 위험해진다는 걸 알게 된다. 여운이가 안전하려면 ‘연애지상주의구역’ 안에 들어가지 않아야 한다. 다행히 이 게임은 여운과 가까워지면 연애지상주의구역과 얼마가 남았는지도 측정해서 알려준다.
다음날부터 명하는 여운의 안전을 위해 여운일 피해 다닌다. 여운인 그런 명하가 신경 쓰인다. 2학년 여운인 일부러 명하를 만나기 위해 3학년 교실로 찾아간다. 여운일 발견한 명하가 도망친다. 이유가 뭐냐고 묻자 명하가 어이없는 답변을 한다. “네가 너랑 더 가까이 있으려면 네가 나를 좀만 더 좋아해 주라.”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일까? 여운은 밤에 전화를 걸어 명하에게 묻는다. “나 좋아해요?” 그러자 명하가 긍정도 부정도 아닌 웃음으로 받아친다.
미션을 성공하기 위해 명하에게 주어진 시간은 300일이다. 미션을 완수하지 못하면 패널티는 죽음이다. 전화를 끊고 나서 여운의 호감도는 [-7]로 조금 올라갔다. 갈길이 멀다. 과연 명하는 미션에 성공하여 여운이가 행복을 느끼도록 만들어줄 수 있을까?
● 좋은 점
○ 이태빈과 차주완은 실제로 사귀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케미스트리가 좋다. 서로에게 호감을 갖기 시작하면서부터 둘은 수줍어하고 부끄러워한다. 그 모습이 너무 현실처럼 느껴져 심장을 마구 두근거리게 만든다.
○ 키스신이 사실적이어서 좋다. 첫키스가 어설픈 여운에게 명하는 입술에 힘을 빼야 할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러자 여운이가 “배우면 이것보다 잘할 수 있어요.”라며 발끈한다. 그래놓고는 바닷가 키스신에선 능란하게 명하를 리드한다. 연습 언제 했니, 차여운?
○ 이태빈의 연기가 놀랍다. 마치 이태빈이 태명하 그 자체인 것처럼 캐릭터에 녹아 들어가 있다. 게임 속 명하의 몸은 19살이지만 정신은 그대로 29살이다. 명하는 어른의 시선으로 후배와 친구들을 쿨하게 대하며 여유롭고 자신감 있게 행동한다. 그 모습이 너무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워서 후배 천상원이 왜 명하에게 반하는지 충분히 설득되어 버린다. 여운일 챙겨줄 때마다 내가 여운이가 되고 싶을 정도로 부럽게 만든다.
○ 차주완의 연기도 놀랍다. 우울하고 취약한 표정으로 보호 본능을 자극한다. 고양이와 강아지가 묘하게 섞여 있는 것 같은 얼굴은 볼수록 귀엽다. 미소도 예쁘다. 눈빛도 좋다. 명하를 좋아하게 되면서부터 수줍어하고 부끄러워하는 모습은 안아주고 싶을 정도다. 명하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을까 봐 두려워하는 마음, 명하에게 삐쳐 부루퉁한 얼굴, 다가가고 싶어서 머뭇거리는 몸짓 등을 섬세하게 잘 표현한다.
○ BL드라마의 수준을 확 끌어올렸다. 내가 상상한 것보다 훨씬 놀라운 줄거리는 1회부터 시선을 온통 사로잡는다. 잘 만들어진 게임 컨셉은 마치 내가 태명하가 된 것처럼 감정이입을 하게 만든다. 덕분에 캐릭터 하나하나에 공감하고 이해하게 된다. 명하가 촉박한 시간 안에서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때, 검은 공허 속으로 떨어질 때엔 안절부절못하게 되기도 한다.
○ 명하의 목표는 단 하나다. 오직 여운일 행복하게 만들면 된다. 하지만 누군가를 행복하게 만든다는 건 생각보다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명하는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가혹한 현실, 외로움, 절망 등에 직면한다. 그리고 우정과 진정한 사랑을 경험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두 번째 기회를 얻기도 한다.
○ 명하의 성장은 눈부시다. 게임 속에 강제로 놓여진 명하는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성장하게 된다. 선택의 여지 없이 강제적 상황에 놓이게 함으로써 캐릭터 성장을 잘 이끌어 낸 점이 놀랍다.
○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고, 필요로 하는 욕구도 삶의 목적이 될 수 있다. 드라마는 외로움과 절망을 신랄하게 탐구하고 파헤치면서 그 안에 누군가와 연결되고픈 갈망이 숨겨져 있다는 걸 보여준다. 명하는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누군가를 소중하게 여기고 사랑하는 것이 삶의 모든 측면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
○ [태명하를 행복하게 만드세요]라는 미션 변경은 소름이 돋는다. 굉장한 감동과 경외심을 안겨주어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했다.
○ 선배의 소설 속에서 명하가 왜 유난히 여운에게 꽂혔는지가 드러난다. 사실 그 누구보다 외롭고, 우울하고, 절망감에 사로잡혀 있던 건 명하였다. [차여운을 행복하게 만드세요]라는 미션은 처음부터 [태명하를 행복하게 만드세요]로 가기 위한 관문이었다. 명하는 여운일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자신이 무엇을 잃어버리고 살았고, 자신이 행복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를 비로소 깨닫게 된다.
○ 게임 속으로 들어오기 전 명하는 ‘나를 사랑해 줄 누군가가 있다면 좋겠다.’라고 염원했다. 그 염원은 명하로 인해 이루어졌다. 바닷가 모래사장 위를 달려오는 명하를 향해 달려간 여운이가 명하의 손을 잡고는 묻는다. “잡았어요. 이번에는 잡았어요. 어디 안 갈 거죠?” 명하가 가슴 벅찬 목소리로 대답한다. “절대로!” 그래, 우리 행복해지자, 얘들아!
○ 명하와 상원이가 호모포비아 학생들을 다룬 방식이 멋있다.
- 경훈에게 ‘호모새끼’라고 말하는 준호의 입술에 명하는 키스로 응징한다. 그리곤 뽀뽀를 했으니 너도 호모라며 좋았냐고 묻는다. 입술을 문지르며 계속 ‘호모 새끼’라고 욕하는 준호에게 “우리 준호! 호모 호모 거려! 나쁜 말 금지!”라며 입을 함부로 놀리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부드럽게 경고를 날린다. 우리 명하, 멋있다.
- 상원인 준호 패거리에게 혼자 둘러싸여서도 당당하게 맞선다. 명하에게 뽀뽀를 당한 준호를 상원이가 부러워하자 준호가 ‘호모 새끼’라는 말을 날린다. “호모 새끼 맞는데! 수준 떨어지는 건 알고 있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네.” 절대로 기죽지 않고 그릇된 편견에 맞서는 상원이 또한 멋있다.
○ 사랑 앞에서 망설이는 명하를 일깨워주는 경훈의 대사가 좋다. “유학 가는 거 알면서도 계속 좋아할 수가 있었어? 어차피 헤어질 텐데 좋아해서 뭐 하나, 하는 생각 안 들었어?” “그러니까 더 최선을 다해 좋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신 못 만날지도 모르는 거니까.”
○ 조연들의 연기도 구멍이 없다. 작가로 나온 고건한은 짧은 등장이지만 강한 임팩트로 극에 신비로움을 불어넣는다. 명하를 짝사랑하는 천상원은 오민수가, 명하의 조력자인 안경훈은 차웅기가, 경훈의 동생 안시아는 문서우가 맡아 캐릭터를 잘 표현해낸다.
○ “운명이라기엔 평범하고, 우연치고는 아름다운 일상 속에서 내가 바라던 정답들이 빠짐없이 놓여 있었음을 난 이제야 알게 되었다. 우리의 하루에는 지극히 당연한 행복이 있다.” 잊고 있던 것을 깨닫게 해줘서 고마워, 명하야!
○ 이태빈 & 차주완이 태국처럼 CP 활동을 하면서 ‘연애지상주의구역(Love for Love’s Sake)’ 후속으로 BL 드라마를 더 찍어줬으면 좋겠다. (5점 만점에 5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