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맨틱 에러(Semantic Error) ∥ 한국BL드라마, 로맨스, 학원물, LGBTQ+ ∥ 8부작 ∥ 2022.02.16.~03.10. ∥ 13+등급 ∥ 원작소설 : '저수리'의 ‘시맨틱에러’ ∥ 극본 : 제이선 ∥ 연출 : 김수정 ∥ 출연배우(등장인물) : 박서함(장재영) / 박재찬(추상우) / 송지오(최유나) / 김노진(류지혜) / 김원기(고형탁) / 최수견(한수영) 등)
‘시멘틱 에러’는 1회부터 8회까지 버릴 장면이 하나도 없다. ‘혐관’을 이토록 세련되게 그릴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193cm인 박서함과 177cm인 박재찬의 키 차이와 얼굴합은 최고다. 둘의 케미스트리는 보고만 있어도 설렌다. 그야말로 미친 캐스팅이다.
박서함은 보이그룹 크나큰의 멤버였고, 박재찬은 아이돌 동키즈의 멤버이다. 둘 다 가수인데 연기까지 잘한다. 박서함은 인싸공, 또라이공, 능글공인 인사이더 장재영을 찰떡같이 소화한다. 똑똑하면서도 잘생긴 재영의 재치있고 능글맞고 활기찬 성격이 박서함으로 인해 매력적으로 그려진다. 박재찬은 아싸수, 또라이수, 철벽수인 아웃사이더 추상우를 설득력 있게 표현한다.
사실 츤데레 캐릭터는 차가운 표정이 일관되어 연기하기 어렵다. 감정을 전혀 표현하지 않는 듯하면서도 감정을 전달하는데 필요한 미묘한 표정을 잘 소화해내야 한다. 박재찬은 냉정하면서도 종종 취약해지는 상우를 잘 표현해내서 그가 재영과 사랑에 빠지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게 만든다.
상우는 컴퓨터공학과 학생이다. 조별과제 발표를 하는 날 상우는 혼자서 과제를 수행했으며 나머지 3명은 무임승차했음을 당당히 밝힌다. 덕분에 시각디자인학과 재영은 F학점을 받고 졸업이 취소된다. 분노한 재영은 상우에게 복수를 하리라 결심한다.
상우는 강박 장애로 보일 정도로 자신이 정한 규칙에 따라 행동한다. 그런 상우에게 재영의 복수는 상우를 뒤흔들고 상우의 일상에 에러를 일으킨다. 상우의 멘털을 흔든 재영의 장난스러운 복수는 ‘①상우가 매일 마시는 자판기 커피 매진시켜서 못 마시게 하기 ②상우가 매일 앉는 세 번째 창가 자리를 먼저 확보해서 못 앉게 하기 ③상우가 싫어하는 빨간색 옷 입고 돌아다니기 ④상우와 같이 점심 먹기 ⑤상우와 같은 수업을 듣기 ⑥조별과제 한 팀 되기 ⑦상우네 옆집으로 이사하기’다.
상우는 재영의 괴롭힘에 ‘①커피를 박스째 쟁여두기 ②새벽 6시 30분에 학교에 가서 창가 자리 확보하기 ③옆자리에 앉으면 가림막으로 차단하기 ④재영이 앉지 못하게 사람들로 꽉 채워진 테이블에 가서 점심 먹기’로 반격한다. 상우의 반응에 재영은 “무슨 짓을 해도 악착같이 자기 패턴을 지키던 놈이 이젠 나 때문에 안 하던 짓을 다 한다니까.”라며 기뻐한다.
조별과제를 함께 준비하고 발표하면서 재영과 상우는 서로에게 호감이 생긴다. 하지만 재영의 플러팅에 상우의 머릿속이 엉망진창이 되면서 에러를 일으키자 상우는 재영에게 모진 말을 퍼부으며 밀어낸다. 재영이 더 이상 상우에게 다가오지 않자 그제야 상우는 재영이 그리워진다. 상우는 재영의 인스타그램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상우의 사진을 캡처한다.
상우의 머릿속은 이제 재영으로 꽉 차 버린다. 재영의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던 상우는 게임 앱을 함께 할 디자이너로 오직 재영만 떠올린다. 재영과 다시 관계를 맺고 싶은 상우는 용기를 내서 재영을 찾아가 함께 게임 앱을 만들자고 제안한다. 몇 번의 거절에도 “선배, 꼭 선배여야 돼요.”라며 부탁하는 상우를 재영은 더 이상 거절하지 못하고 받아들인다.
재영과 상우의 관계가 발전됨에 따라 두 사람은 놀라울 정도의 의사소통을 보여주며 바람직한 상호작용을 한다. 때로는 서로에게 날카로운 부분도 있지만 그다음에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럽고 이해심이 많은 순간으로 이어진다. 특히 강박 장애처럼 보이는 상우가 자신의 벽을 무너뜨리기 위해 애쓰는 내면의 갈등이 매우 생생하고 실제적으로 표현된다.
게임 앱을 함께 만들기 시작하면서 빡빡한 일정에도 재영이 모든 걸 감수하며 상우가 해보라는 분량을 모두 해왔을 때 상우는 재영에게 “예고할게요. 잘하셨으니까 머리 쓰다듬어 드릴게요.”라고 말한다. 이때 재영이 놀라는 만큼이나 나 또한 놀랐다. 어설프게 인간관계를 시작하려는 상우의 모습이 미치도록 사랑스럽게 보였다.
“앞으로 예고 없는 신체 접촉은 삼가주세요. 굉장히 불편합니다.”라는 말을 들었던 재영은 상우의 경계를 존중한다. 재영은 상우의 머리를 쓰다듬고 싶어지자 이렇게 묻는다. “상우야, 머리 쓰다듬어도 돼? 1분 뒤에? 아! 싫음 말고!” 그러자 상우가 답한다. “그렇게까지 싫진 않아요. 미리 말만 하면.” 그러면서 천천히 둘의 스킨십은 한 발자국씩 걸음을 뗀다.
어느 날 작업실 소파에서 잠들어 있는 재영을 가만히 들여다보던 상우는 자석에 이끌리듯 재영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갖다 대곤 후다닥 작업실을 뛰쳐나간다. 재영은 상우의 입술 감촉을 느끼며 눈을 뜬다. 상우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확실한 시그널이다.
재영은 친구가 운영하는 술집으로 상우를 데려간다. 둘밖에 없는 공간에서 술잔을 주고받으며 재영과 상우 사이에 묘한 성적 긴장감이 고조된다. “예고! 1분 뒤 키스할 거야. 도망갈 거면 지금 도망가.” 재영의 예고에 상우는 먼저 재영을 끌어당겨 키스해버린다. 놀란 재영은 상우를 잠시 바라보다 목에 손을 감고 딥키스를 하기 시작한다. 놀란 상우는 재영은 밀치고 도망가버린다.
재영은 상우를 뒤쫓아가 잡고 묻는다. “뭐냐? 두 번이나 입술 박치기했으면 책임져야지. 어딜 그냥 가?” 상우가 답한다. “첫 번째는 죄송해요. 변명의 여지없이 제 잘못이에요. 그치만 지금은 쌍방 과실이니까 없던 일로 해주세요.” 상우는 자신 안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상우에 대한 욕정을 잠재우기 어려우면서도 자꾸만 머릿속에서 에러가 일어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한다.
이때 재영은 상우의 눈높이에 맞춰 천재적인 발상을 한다. “추상우, 문제가 있으면 핵심에 접근해서 원인을 제거하는 게 네 방법 아니야?” “그래서요? 설마 그 해결책이 연애라는 건 아니죠?” “정 모르겠으면 2주 체험판이라도 해보던가. (중략) 상우야, 피하지 말고 무시하지도 말고 그냥 느껴봐. 그럼 널 괴롭히던 혼란이 없어질지도 모르잖아.” “제안을 검토할 시간을 주세요.” 재영은 '2주 체험판'을 제안하며 상우가 논리적으로뿐만 아니라 감정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
이후로 재영은 상우와 작업할 때 상우에게 사랑스러운 연인을 대하듯 한다. 그러면서도 상우가 놀라지 않도록 경계를 지키고 존중한다. 그런 재영에게 상우가 묻는다. “선배, 2주 체험판에선 우리가 뭘 할 수 있는데요?” 재영이 답한다. “나랑 손잡고, 키스는 이미 했고, 미리보기는 여기까지.” 재영이 따듯하게 안아주자 상우의 구매 욕구가 상승한다. ‘2주 정도는 해볼 만하지 않나?’
하지만 상우의 대답은 예스가 되지 못한다. 덱스에서 재영에게 함께 일해보자는 제안을 한 것이다. 상우를 좋아하는 재영은 덱스에 가지 않기로 마음먹는다. 재영은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는 사람이다. “나 덱스 안 가려고. 너랑 같이 게임 만들 거야. 내가 아니면 안 된다며? 꼭 나여야 된다며? 나도 그래. 네가 없으면 안 돼! 지금 내 마음이.”
하지만 감정보다 이성이 앞서는 상우는 재영이 당연히 프랑스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며 체험판에 대한 마음을 접는다. “선배 제안에 대한 대답, 지금 할게요. 제 답은 거절이에요. 그리고 덱스 가세요. 제 상식으론 이해가 안 돼서요. 저 때문에 선배가 포기하고 안 간다 그러면 제가 정말 기뻐할 것 같았어요? 미안하지만 저는 멍청한 로맨스 소설 속 주인공이 아니에요.”
그러면서도 상우는 계속 갈등한다. 재영의 빈자리를 느끼며 상우는 네 마음이 어떤지 끊임없이 물어봤던 재영을 떠올린다. 상우는 결국 자신에게 일어난 에러를 받아들이기고 결심한다. 재영 덕분에 논리적인 선택보다 개인적 감정을 우선시하는 법을 배운 것이다. 상우는 재영에게 달려간다.
“전화는 왜 안 받아요? 형은 진짜 에러 같은 새끼예요. 성격 더럽고, 시간관념 없고, 변덕스러운 데다가 매사에 비이성적!” “팩폭하러 여기까지 왔어?” “저도 지금 제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머리로는 형, 보내줘야 된다는 거 아는데, 그럼 이런 말 다 소용없다는 거 아는데, 그런 거 다 알면서도, 좋아한다고요! 형이 좋아요! 좋아해요. 선배 제안 다시 대답해도 돼요?” “아니, 이미 끝난 거 못 물러. 대신 다시 제안! 추상우, 나랑 연애하자! 체험판 말고 진짜 연애.” 말 대신 상우는 재영에게 키스로 대답한다. 그 뒤로 둘의 꽁냥꽁냥이 이어진다.
‘시멘틱 에러’는 2022년 작품이지만 지금 봐도 여전히 세련되고 재밌다. 2023년 12월에 사회복무요원이었던 박서함이 소집해제됐다. 다시 박서함 & 박재찬 조합으로 벨드가 제작됐으면 좋겠다.(5점 만점에 5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