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화이트 앤 로열 블루(Red, White & Royal Blue) ∥ 미국BL퀴어영화, 로맨틱코미디, LGBTQ+ ∥ 2023.08.11. 아마존 프라임 개봉 ∥ 18+등급 ∥ 1시간 52분 ∥ 원작소설 : 케이시 맥퀴스턴(Casey McQuiston)의 로맨틱 코미디 소설 <Red, White & Royal Blue ‘빨강, 파랑, 어쨌든 찬란’> ∥ 각본 : Matthew López / Ted Malawer ∥ 감독 : 매튜 로페즈 ∥ 배우(등장인물) : 니콜라스 갈리친, Nicholas Galitzine(헨리 왕자, Prince Henry) / 테일러 자카르 페레즈, Taylor Zakhar Perez(알렉스 클레어몬트-디아즈, Alex Claremont-Diaz) / Uma Thurman(미국 대통령 엘렌) / Sarah Shahi / Rachel Hilson / Clifton Collins Jr. / Thomas Flynn / Stephen Fry / Ellie Bamber / Aneesh Sheth / Malcolm Atobrah 등)
‘레드, 화이트 앤 로열 블루(Red, White & Royal Blue)’는 그냥 퀴어 영화라고 하기엔 좀 판타지적이다. 미국 대통령이 여자인데다 그녀의 아들과 왕위 계승 2순위인 영국 왕자의 로맨스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 줄거리
영화는 버킹엄궁의 호화로운 결혼식 피로연으로 시작한다. 헨리에 대한 첫인상이 좋지 않은 알렉스는 취기가 돌자 친근하게 헨리를 부르며 다가간다. 알렉스가 달갑지 않은 듯 뒤돌아가려고 하자 다급해진 헨리는 케이크를 만진 손으로 헨리의 어깨를 만지고 만다. 닦아주겠다, 괜찮다며 옥신각신하다가 알렉스가 대형 케이크에 부딪히면서 알렉스와 헨리는 케이크를 뒤집어쓰고 만다.
우스꽝스러운 알렉스와 헨리의 사진은 “왕자와 대통령 아들, 왕실 행사에서 난동 부리다.”라는 제목으로 전 세계적인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만다. 이 일로 알렉스의 어머니인 미국 대통령은 지난 3년 동안 영국과 논의한 무역 협정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지도 모른다며 걱정한다. 이 일이 무산되면 14개월 후 재선 출마에서 중서부 유권자를 사로잡지 못할 수도 있다.
백악관과 왕실은 “결혼식 사건은 오해였다. 알렉스와 헨리는 서로 자주 보진 못 하지만 수년간 절친한 친구로 우정을 키워왔다”라고 공동 성명을 발표할 계획이다. 알렉스와 헨리는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절친인 척하며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가짜 우정’을 연기하면서 알렉스와 헨리는 점차 서로를 알아가기 시작한다. 과연 알렉스와 헨리는 어떻게 될까?
● 좋은 점
○ 니콜라스 갈리친 & 테일러 자카르 페레즈의 케미스트리는 한 마디로 미쳤다. 서로 주고받는 눈빛만으로도 머리끝까지 쭈뼛 설 정도로 성적 긴장감이 넘쳐난다. Nicholas Galitzine & Taylor Zakhar Perez의 얼굴합과 찬란한 비주얼 자체가 개연성이다. 잘생김과 섹시함으로 얼굴 공격을 해대니 마냥 감사하다.
○ 니콜라스 갈리친 & 테일러 자카르 페레즈는 영국 왕자와 미국 대통령 아들로서 그들의 지위가 가로막고 있는 ‘금지된 사랑’의 혼란과 고통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테일러 자카르 페레즈는 헨리에게 빠져드는 감정을 압도적인 얼굴 표정으로 그려낸다. 니콜라스 갈리친은 캐릭터의 매력과 예민함을 날카롭게 포학하여 미묘한 연기로 영화에 깊이를 더한다. 그는 알렉스의 고백에도 왕족이기에 받아줄 수 없는 절망적인 아픔을 눈빛과 표정으로 고스란히 전달한다.
○ 알렉스와 헨리가 떨어져 있는 동안 서로 매일 주고받는 문자, 이메일, 통화 장면을 세련되게 표현한 점이 좋다. 두 사람이 한 공간에 있는 것처럼 연출해서 서로에게 빠져드는 모습이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게 한 점이 좋다.
○ 키스신과 NC신이 매우 자연스럽다. 헨리와 알렉스의 첫 만남은 좋지 않았다. 헨리가 알렉스의 너무 잘생긴 얼굴에 당황한 나머지 그만 무뚝뚝하게 대했고, 알렉스는 그런 헨리를 싸가지없다고 오해했기 때문이다. 알렉스의 오해를 잠재운 것이 바로 헨리가 알렉스를 향해 날린 격렬한 키스이다. 알렉스와 헨리의 첫경험(NC신)은 그들의 모습만큼이나 무척 아름답게 그려졌다.
○ 알렉스와 헨리는 서로를 굉장히 아끼며 소중하게 여긴다. 이메일을 해킹당한 후 한동안 만날 수 없었던 두 사람이 재회하여 계단에서 부둥켜안을 때 그들의 사랑이 절절하게 느껴졌다. 과몰입하게 만드는 애정신이다.
○ 로맨틱 코미디의 클리셰를 잘 따르고 있지만 진부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유치하지만 좋다. 유쾌하고 달콤하면서도 눈물을 흘리게 만들기도 한다.
○ 명대사 : (미겔 라모스 기자에게 기사로 아웃팅 당한 후 기자회견에서) 둘 다 공인의 삶을 잘 이해하고 있지만 이토록 사적이고 내밀한 저희의 감정, 두려움, 진실이 대중에게 공개될 줄은 몰랐습니다. 이번 주에 저희는 저희 관계와 성정체성을 언제 어떤 식으로 공개할지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박탈당했습니다. 모든 성소수자에게는 본인의 판단에 따라 원하는 시기에 성향을 밝힐 권리가 있고, 아예 밝히지 않을 권리도 있죠. 주변에서 강제적으로 성향을 밝혀서는 안 됩니다. 이건 수치심이 아니라 사생활 침해의 문제입니다. 자기 결정권 침해의 문제이기도 하고요. 바로 이런 문제 때문에 성소수자는 해방을 꿈꾸며 지금도 투쟁 중입니다. 진실은 매우 단순합니다. 제가 사랑에 빠졌는데 상대가 남자고 왕자일 뿐입니다. 그 사람에게 마음을 뺏기고 제 인생은 몰라보게 달라졌습니다. 왕자 전하를 사랑합니다. -알렉스-(5점 만점에 4.7점)